국역 학봉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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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속집 3권 공이(公移) ●각 고을의 장령(將領)들에게 명령을 전하는 글

학봉속집 3권 공이(公移) ●각 고을에 유시하는 방문(榜文) 이하는 습유(拾遺)이다.

초유사(招諭使)가 명을 전하는 일이다.
왜적들이 온 나라에 가득 차 있으면서 제멋대로 횡행하여 거리끼는 바가 없는 것은, 백성들이 엎드려 숨어 있고 고을이 텅 비어 있어서 왜적들을 막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왜적들에게 함락당한 고을은 백성들이 의지할 곳이 없으니, 난리를 피해 떠도는 것은 형세상 면키 어려운 바이다.
그러나 보존되어 있는 내지(內地)의 고을은 험고한 곳을 튼튼하게 지켜 애당초 당장의 위급함이 없었다. 그런데도 대소의 백성들이 적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왜적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도 전에 먼저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 수령들로 하여금 백성 없는 수령이 되게 하고, 장수들로 하여금 군사 없는 장수가 되게 하였다. 그러니 아무리 뛰어난 장수가 있다고 한들 속수무책이니, 몹시 통분스럽다.
시골의 백성들 가운데에는 관가의 명령을 두려워하여 모집에 응해 나온 자가 많이 있다. 그러나 품관(品官)이나 무사(武士), 유생(儒生) 등은 산을 내려올 뜻이 없어 주현(州縣)이 함락되고 국가가 전복되는 것을 소가 닭 쳐다보듯이 하고 있으면서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비록 우리나라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반란을 일으킨 백성들과 다름이 없으니, 더더욱 통분스럽다.
이에 방문(榜文)을 내걸어 효유하는 바이니, 수령들은 각별히 알려 그들로 하여금 즉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라. 그리고 관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별도로 장부를 작성해서 보고하고, 그 가운데에서 더욱 심한 자는 군관(軍官)을 파견해 잡아다가 군령에 의하여 처단하여, 한 사람을 징계함으로써 백 사람을 격려하도록 하라.

전에 의리로써 효유하였는데도 오히려 명령을 따르지 않으므로 지금 형벌의 위엄을 보여 독촉하니, 이것은 실로 말세의 뜻이다. 사명(使命)을 받든 자가 비록 형편없어서 사람들의 뜻을 감동시키지는 못하였지만, 우리 백성들이 어찌 인간으로서 타고난 떳떳한 마음이 없겠는가. 다시금 생각해 보라.

학봉속집 3권 공이(公移) ●임시로 차임한 대구(大丘)의 의병장 최계(崔誡)에게 유시하는 체문 살펴보건대, 이것 역시 함락당한 여러 고을에 두루 유시하는 글로, 고을에 따라서 대상자의 명칭을 달리하였다.

학봉속집 3권 공이(公移) ●각 고을의 의병장(義兵將)을 차임한 체문(帖文) 임진년(1592, 선조 25)

학봉속집 3권 장(狀) ●의병대장(義兵大將) 김면(金沔)을 머물러 있게 해 주기를 청하는 장계

학봉속집 3권 장(狀) ●도내에서 임시로 차임한 사람들에 대해 치계(馳啓)한 장계

삼가 도승지가 보낸 서장(書狀)을 받들어 보니, 그 안에 “수령과 변장들 가운데 혹 싸우다 죽었거나 혹 도망한 곳 등에 대해서는, 이처럼 군무(軍務)가 한창 급한 때에 계문하여 차임해 보내기를 기다릴 경우에는 일이 반드시 허술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도내에 현재 있는 사람 가운데 직임을 감당할 만한 사람을 빈자리가 나는 대로 임시로 차임하여, 그로 하여금 직임을 살피게 한 다음 일일이 계문하라는 전지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삼가(三嘉)에 사는 전적(典籍) 박사제(朴思齊)는 의병을 일으켰고, 거창(居昌)에 사는 훈련원 봉사(訓鍊院奉事) 변혼(卞渾)은 온 힘을 다해 싸워 왜적을 물리쳤으며, 진주(晉州)에 사는 주부(主簿) 강덕룡(姜德龍)은 활을 잘 쏘므로 전투에 쓸 수가 있으며, 금산(金山)에 사는 성균관 박사(成均館博士) 여대로(呂大老)는 군내에서 의병을 일으켜 여러 차례 왜적의 머리를 베어 바쳤으며, 진주에 사는 훈련원 봉사 정기룡(鄭起龍)은 날래고 용맹함이 아주 뛰어나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웠습니다. 이들의 직차(職次)는 비록 직임에 걸맞지 않으나, 왜적들을 토벌하는 것이 시급하므로 박사제를 의령 현감(宜寧縣監)에, 강덕룡을 함창 현감(咸昌縣監)에, 변혼을 문경 현감(聞慶縣監)에, 여대로를 지례 현감(知禮縣監)에, 정기룡을 상주 판관(尙州判官)에 임시로 차임하였습니다.
성주(星州)는 난이 일어난 처음부터 흉악한 왜적들이 웅거해 있어서 왜적들의 소굴이 되었던 탓에 그곳에 살고 있던 백성들은 탕진되어 살아날 길이 없으니, 왜적을 토벌하고 백성들을 구제하는 일은 참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의병대장으로 제용감 정에 제수된 정인홍(鄭仁弘)을 임시로 목사에 차임하였습니다.
사근도(沙斤道)는 찰방으로 있던 김종무(金宗武)가 싸움터에서 죽은 뒤에 역졸(驛卒)들이 거의 다 도망쳐 흩어져 장사들이 탈 마필을 검속하는 사람이 없는 탓에 역로(驛路)가 중간에서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함안(咸安)의 소모관(召募官) 이정(李瀞)을 임시로 찰방에 차임하여 그로 하여금 직임을 살피게 하였습니다. 이상의 내용으로 삼가 아룁니다.

학봉속집 3권 장(狀) ●경상좌도 감사로 옮겨 제수되었을 때 경상우도의 기의(機宜)에 대해 논한 장계 이하는 습유(拾遺)이다.

신은 좌도 감사가 되었으니 우도의 일에 대해 지금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마땅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병들을 관할하였으니, 만약 일상적인 규정을 핑계 대면서 우려되는 기미를 목격하고도 계달하지 않는다면, 이는 실로 신하로서의 의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외람됨을 무릅쓰고 하나하나 조목별로 진달드리면서 직분을 뛰어넘는다는 혐의도 피하지 않는 바입니다.
당초에 김면(金沔)이 고령(高靈)과 거창(居昌)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정인홍(鄭仁弘)이 합천(陜川)에서 군사를 일으켰을 적에는 군대의 위세가 자못 떨쳐졌으며 형세 또한 치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김면은 성상의 은혜를 받아 합천 군수에 제수되었고, 정인홍은 제용감 정(濟用監正)에 제수되었으므로, 세 고을의 군사들이 장수를 잃고는 모두 맥이 풀려 왜적들을 토벌할 뜻이 없으니, 참으로 작은 염려가 아닙니다. 그러니 우선 일이 안정될 동안에는 각자 그들의 군사를 거느리고 이전대로 적을 치도록 하고, 일이 안정된 뒤에 부임하게 하는 것이 기의(機宜)에 합당할 듯합니다.
전 군수 곽율(郭)은 지금 초계(草溪)의 가수(假守)가 되었는데, 관(官)의 일을 잘 다스려서 관원과 백성들이 모두 사랑하여 떠받들면서 모두들 정식 수령으로 삼기를 원하고 있으며, 새 군수 정눌(鄭訥)은 현재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곽율을 본군의 군수로 삼는 것이 역시 마땅합니다.
의령(宜寧)은 현감 오응창(吳應昌)이 관직을 버리고 도망친 뒤에 왜구들이 분탕질해 보전할 만한 형세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곽재우(郭再祐)와 권란(權鸞) 등이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켰으며, 전 목사 오운(吳澐)이 또 소모관(召募官)이 되어 현 전체에 개유(開諭)하여 2천여 명을 모은 다음 그 가운데 노약자를 제외시켜 그들의 보졸(保卒)로 주어 군기(軍器)를 만들어 싸울 때 쓰게 하였습니다. 이에 한 고을이 도 전체의 보장(保障)이 되어 왜적들이 감히 낙동강 서쪽을 엿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들 몇 사람의 공에 대해서는 실로 도내의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는 바입니다.
새 현감 김충민(金忠敏)은, 지난해 10월부터 금년 3월에 이르기까지 본 고을의 축성(築城)하는 것을 감독하는 관원으로 있으면서 일을 조처하는 것이 마땅찮아 백성들에게 해독을 끼쳤으므로, 백성들이 그를 시랑이나 독약과 같이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현감으로 온다는 소문을 듣고는 모두 절망하여 흩어질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을 경우에는 비단 의령 한 고을만이 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실로 도 전체의 이해가 달려 있는 바입니다. 이처럼 위급하고 곤란한 날을 당하여서는 민심에 순응하는 것이 시급하며, 의병에 관계된 일이므로 감히 이처럼 직분을 뛰어넘어 말하였으니, 황공하여 대죄합니다.

학봉속집 3권 장(狀) ●힘껏 싸워서 공을 세운 사람들을 포상하기를 청하는 장계

변란이 생긴 이후로 힘껏 싸워서 공을 세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난이 평정된 뒤에 조정에서 나름대로 조처할 것이니, 참으로 번신(藩臣)이 먼저 청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사(將士)들은 한 해가 다 가도록 무기를 들고 만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고전한 탓에 칼집에는 이와 서캐가 득실대고 얼굴에는 서리와 눈이 덮였으며, 옷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먹는 것은 배를 채우지 못하니, 비바람을 무릅쓰면서 얼고 굶주린 모습을 형언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니 비록 전쟁터에 나아가 왜적을 쳐죽인 공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노고는 역시 많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적의 목을 바쳐 공을 세운 군사들이겠습니까.
당초에 왜적을 포획한 자에게 주는 상격(賞格) 내에 왜적의 목 하나를 참획하면 급제(及第)를 주고, 목 둘을 참획하면 6품직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사졸들이 모두 감격하여 흥기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목(事目)을 개정한다는 기별을 들은 뒤로는 대부분이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싸움터에서 공을 세운 자들이 대부분 큰 상을 받고 면역(免役)하거나 면천(免賤)한다는 명령이 혹 군졸들에게 미치자, 이로부터 전사들이 모두 감격하여 환호하면서 기꺼이 싸움터로 달려나갔습니다. 다만 조정에서 논공(論功)하고 행상(行賞)하는 것을 반드시 변경의 신하가 공을 아뢴 뒤에야 하고 있으므로 혹 일일이 공에 맞추어서 상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이치와 형세에 있어서 필연적인 것입니다.
신이 싸움터에서 공을 세운 군사들을 두루 상고해 보니, 혹 공은 많은데 누락된 자가 있으며, 혹 공은 적은데 먼저 녹공(錄功)된 자가 있습니다. 이에 장사들이 자못 실망하면서 여기저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수근거리고들 있습니다. 이처럼 큰 난리를 당하여서는 군사들이 기꺼이 싸움터로 달려나가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뛰어난 장수가 있더라도 역시 어찌할 방도가 없으며, 국가의 존망 역시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목 하나 이상을 참획한 자 및 여러 차례 힘껏 싸운 전사는 각자 그의 이름 아래에 공을 기록하여 계문하면 조정에서 참작하여 상을 주어, 그들로 하여금 뒤늦게 상을 받는 폐단이 없게 하시기 바랍니다.
신이 삼가 도내의 사세를 살펴보건대, 이미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밖으로는 흉악한 왜적들의 기세가 날로 더해지고, 안으로는 군량이 다 떨어져서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 데다가 백성들의 힘이 고갈되었으며 군사들의 마음이 떠났습니다. 이러한 때 인심을 수습하지 아니하면 신이 비록 만 번 죽더라도 계책을 세울 바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삼가 사유를 갖추어 아룁니다.

학봉속집 3권 장(狀) ●경상우도 감사(慶尙右道監司)로 있을 적에 올린 장계

신이 지난 8월 11일에 신을 좌도 감사에 제수하는 전지를 공손히 받들었으나, 길이 막혀 부임하지 못하고 있다가 9월 4일에 초계(草溪)에서 한밤중에 낙동강을 건너 현풍(玄風), 창녕(昌寧), 밀양(密陽), 청도(淸道) 등의 경내를 몰래 통과하여 하양(河陽)에 도착하였습니다. 6일에 신녕(新寧)에 도착하여 본도의 치보(馳報)를 보니, 바로 신을 우도 감사와 서로 바꾸었다는 기별이었습니다.
이에 즉시 본도에 통문을 보내어 군사를 일으켜 맞이하러 오게 하였는데, 오가는 즈음에 6, 7일이나 걸렸으며, 신녕, 의흥(義興) 등의 고을이 모두 탕패되어 머물러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안동(安東)에 있는 부모님 묘소까지의 거리가 겨우 2일 일정에 불과하였는데, 적변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수호(守護)하지 못하여 신주(神主)를 묘소에 파묻었으므로 정리(情理)가 절박하였습니다. 이에 잠시 동안 산소가 있는 곳에 가서 성묘하였으며, 하루 동안 머무르고서 즉시 돌아왔습니다.
14일에 대구(大丘)에 있는 동화사(桐華寺)에 도착하니, 좌병사(左兵使) 박진(朴晉)이 왜적을 토벌하는 일에 대해 직접 토의하기 위해 먼저 와 있었으며, 본도에서 맞이하러 나오는 군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부득이 좌병사와 의논해서 좌도의 정예병 1백여 명을 거느리고 16일에 밤을 틈타 출발해 대구, 성주(星州), 임현(任縣), 팔거(八莒), 하빈(河濱) 등지를 지나 밤중에 1백여 리를 가 일행이 무사히 강을 건넜습니다. 17일 아침에 고령(高靈)에 도착하였는데, 그날 새벽에 대구에 있는 왜적들이 동쪽으로부터 오고, 성주에 있는 왜적들이 서쪽으로부터 와 하빈에 모였는바, 신의 걸음이 만약 몇 분만 늦었다면 왜적들과 마주쳤을 것이니, 몹시 아찔합니다.
19일에 전 감사 김수(金睟)를 거창현(居昌縣)에서 만나 인신(印信)과 병부(兵符)를 인수인계하였습니다. 신이 거쳐 온 현풍(玄風), 창녕(昌寧), 청도(淸道), 밀양(密陽), 경산(慶山), 의흥(義興), 의성(義城), 안동, 대구 등 여러 고을은 곳곳마다 쑥대밭만 눈에 가득하였으며, 마을에는 밥 짓는 연기가 끊어지고 들에는 자라는 곡식이 없었으니, 왜적들이 비록 물러간다고 하더라도 겨우 살아남은 백성들이 살아갈 길이 만무합니다. 신이 보지 않은 고을들도 대개 마찬가지일 것이니, 백성들의 일이 몹시도 애통하고 절박합니다.
관동(關東) 지방에 있는 왜적들은 7월 중에 영해(寧海)에 도착하였다가 도로 삼척(三陟)으로 돌아갔으며, 8월 중에는 왜적들이 영월(寧越)로부터 영천(榮川)의 부석사(浮石寺) 등지로 넘어 들어왔다가 우리 측 군사들에게 쫓겨 도로 도망친 뒤로는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다만 함경도(咸鏡道)의 왜적들이 도로 통천군(通川郡)에 모였는데, 현재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왜적들이 바닷가를 따라 내려온다면 동해 가에 있는 여러 고을이 반드시 병화를 입을 것이니,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좌도의 경우는, 인동(仁同), 대구, 청도, 밀양, 양산(梁山), 동래(東萊) 등지에 현재 왜적들이 주둔해 있습니다. 위쪽에서 내려오는 왜적들은 모두 조령(鳥嶺)을 경유하여 내려오는데, 수백 명씩 무리를 지어서 밤낮없이 끊이지 않고 내려옵니다. 이들이 대구, 하양, 경산 등지에 꽉 차 있으면서 분탕질하고 살육하는 짓이 전에 비해 더욱더 참혹한데도 우리 군사들이 감히 막지 못한 채 손을 움츠리고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권응수(權應銖)가 영천(永川)에 있는 왜적들을 섬멸한 뒤로부터는 군대의 위세가 크게 떨쳐지고 사졸들이 모두 떨쳐일어났습니다.
8월 20일에 이르러서는 대구 부사(大丘府使) 윤현(尹睍)이 경솔하게 대적(大敵)을 공격하였다가 죽은 자가 7백여 명이나 되었으며, 21일에는 병사(兵使)가 계림(鷄林)에서 패하였는데, 죽은 자가 6백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사람들이 기가 꺾여서 왜적들을 보면 문득 물러나는 데다 사졸들이 굶주리고 있어서 무너져 흩어지는 변고가 조석 사이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왜적들이 본국으로 퇴각할 계책을 하고 있습니다.
경주(慶州)에 있는 왜적들이 관사와 창고를 불지르고 모두 떠나갈 즈음에 창고는 급히 구해 불길을 면하였는데, 창고에 남아 있는 쌀이 1만여 석이고, 겉곡과 잡곡 역시 수만 섬은 되었으며, 관내인 자인(慈仁)의 창고에 있는 곡식이 거의 1만여 석은 되어 이만하면 군량으로 삼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인에 있는 곡식은 경주 부윤이 끝까지 보존하기가 어려울 것을 걱정하여 모두 환자곡(還上穀)으로 나누어 주었으니, 매우 형편없는 짓을 한 것입니다. 경주부의 창고는 현재 숫자를 파악하여 봉고(封庫)해 두었습니다.
대구에 있는 왜적들은, 윤현이 싸움에 패한 뒤로 더욱 심하게 기승을 부려 날마다 공산(公山) 등지를 탐색하여 하양(河陽)과 경산(慶山)의 수령들이 있던 절이 모두 분탕질을 당하였습니다. 만약 왜적들이 이곳으로부터 곧장 경주로 갈 경우에는 남아 있는 곡식들마저 온전하게 보전하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신이 권응수를 보니 날래고 용맹하면서도 지려가 있어서 무변(武弁)들 가운데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만약 이 사람으로 하여금 혼자서 한쪽 방면을 담당하게 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하게 한다면, 반드시 크게 공을 세울 것입니다. 그런데 병사(兵使)에게 견제당하여 자신의 뜻대로 행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식자들이 몹시 탄식하고 있습니다.
병사는 나이가 어린데도 재간이 있어 사졸들을 잘 무마하고 있으며, 도내의 각 고을에 모두 조전장(助戰將)을 두어 군대의 위세가 조금 강성해졌습니다만, 혼자서 한 도의 병권을 모두 잡고 있으면서 의기를 떨쳐 일어난 의사(義士)들을 반드시 억눌러 그들의 군사를 모두 빼앗았습니다. 상도(上道)의 유생 4백여 명이 전 한림(翰林) 김해(金垓)를 장수로 삼고는 왜적들을 토벌할 뜻을 몹시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으나, 수하에 군사가 없으므로 비분강개하여 팔뚝만 휘두르고 있습니다. 신이 박진(朴晉)을 보고 의사들을 억누르고 군사를 빼앗는 것은 잘못이라고 힘껏 말하였으나, 그가 그 버릇을 고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천(永川)에 사는 진사 정세아(鄭世雅) 등 60여 인이 5월 중에 가장 먼저 약속을 맺어 향병(鄕兵)을 일으켜 권응수와 더불어 7월 26일에 영천에 있는 왜적들을 섬멸하였으며, 8월 7일에는 또 경주의 자인현에서 왜적들을 쳤습니다. 같은 달 21일에 경주로 나아가 왜적들을 토벌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경주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권했는데도, 그 말을 듣지 않고 분연히 앞장서서 깊이 들어갔다가 패하고 말았는바, 생원(生員) 최인제(崔仁濟)ㆍ정의번(鄭宜藩), 교생(校生) 김연(金演)ㆍ이득린(李得麟)ㆍ이호인(李好仁)ㆍ이영근(李榮根)ㆍ이순복(李順福)ㆍ이지암(李之馣)ㆍ유복흥(柳復興)ㆍ전억주(田億疇), 봉사(奉事) 이득룡(李得龍), 참봉(參奉) 한득의(韓得義)ㆍ전흥제(田興霽), 품관(品官) 손응현(孫應睍)ㆍ이일장(李日將)ㆍ유원걸(柳元傑)ㆍ이정분(李廷芬) 등 17인이 같은 날에 해를 당하였습니다.
또 예안(禮安)에 사는 급제(及第) 유종개(柳宗介), 안동(安東)에 사는 유학(幼學) 윤흠신(尹欽信)이 생원 임흘(任屹)과 더불어 향병들을 끌어모아 관동(關東) 지방에 있던 왜적들이 넘어올 때에 외로운 군사를 이끌고 안동의 임현(任縣)인 재산(才山)과 소천(小川)의 경계에서 왜적들을 막았는데, 유종개와 윤흠신 형제는 적진에 임하여 힘껏 싸우다가 죽었습니다. 이에 임흘이 다시 군사를 끌어모아 왜적들을 토벌할 계획을 세웠으나, 병사에게 견제당해 군사의 위세를 떨칠 기세가 없게 되자 신에게 편지를 보내어 군사를 보내 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신이 마침 직임이 바뀌어서 미처 시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전사(戰士)들과 유생(儒生)들의 충성과 의기가 가상함이 옛사람에 비해 부끄러울 것이 없으므로 명단을 적어 계문합니다. 이러한 따위의 일은 본도의 감사가 있으니 신이 계문하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나 신 역시 좌도 감사로 있다가 체차되어 왔으므로 감히 진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도에 있는 왜적들은 성주(星州), 선산(善山), 금산(金山), 개령(開寧), 상주(尙州), 함창(咸昌), 문경(聞慶), 김해(金海) 등지에 현재 주둔하여 모여 있습니다. 의병대장(義兵大將) 정인홍(鄭仁弘)이 합천(陜川), 고령(高靈), 삼가(三嘉), 성주의 군사를 거느리고 이달 15일에 성주에 있는 왜적들을 유인하여 성 밖에서 싸웠는데, 적들이 삼가의 군사들에게 패해 도망쳐서 도로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김면(金沔)이 거창(居昌), 안음(安陰), 함양(咸陽), 지례(知禮), 금산의 군사를 거느리고 진주 목사(晉州牧使) 김시민(金時敏)과 더불어 금산과 개령에 있는 왜적들을 공격하였는데, 두 곳의 왜적들이 번갈아 가면서 맞서 왔으므로 현재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고령의 경내에 군사를 주둔해 두고서 진격할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요즈음 왜적들의 형세를 보니, 혹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는지 무계(茂溪), 현풍(玄風), 창녕(昌寧), 영산(靈山)에 있는 왜적들은 이미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정인홍이 또 군사를 거느리고 성주의 안언역(安彦驛)에서 가로막아 우도 왜적들의 길이 이미 끊어졌으므로, 내려오는 왜적들이 모두 선산(善山), 인동(仁同), 대구(大丘), 청도(淸道), 밀양(密陽)을 경유하여 바닷가에 도달하는 탓에 좌도가 피해를 입는 것이 이 때문에 더욱 극심하다고 합니다.

[주D-001]급히 구해 : 이 부분이 원문에는 ‘급구(急救)’로 되어 있는데, 소주에, “초본에는 ‘급구(及救)’로 되어 있다.” 하였다.

학봉속집 3권 장(狀) ●창의(倡義)한 사람들의 명단을 개록(開錄)한 장계

학봉속집 3권 장(狀) ●경상좌도 감사(慶尙左道監司)로 있을 때 올린 장계(狀啓) 임진년(1592, 선조 25)

5월 이후에 신이 네 차례나 장계를 올렸으나, 길이 막히고 끊어져 한 차례도 돌아오지 않아 행재소(行在所)의 소식을 들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진주(晉州)에서 첫 번째 올린 계본을 가지고 갔던 엄옥년(嚴玉年) 등이 어제 비로소 도착하였으며, 지금 또 선전관(宣傳官) 이극신(李克新)이 와서 성상의 전지(傳旨)를 전하였습니다. 신은 삼가 전후로 내리신 유지를 적은 서장(書狀) 세 통을 받고서야 비로소 평양부(平壤府)가 함락당하였고 대가(大駕)가 의주(義州)로 옮겨 갔으며, 동궁(東宮)은 안협(安峽)으로 돌아와 머물러 있다는 기별을 접했으니, 오장이 놀라 떨리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에 북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슴만 칠 뿐 죽으려고 해도 죽을 길이 없습니다.
신이 명을 받들고 남쪽으로 내려온 뒤 이미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근왕(勤王)하는 군사를 불러모으지 못하였고, 또 도내에 있는 왜적들도 소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성상께서 파천(播遷)하시고 사직이 빈 터만 남게 되는 것을 앉아서 보기만 한 채 구차스럽게 살아남아 지금까지 목숨을 보전하고 있으니, 임금의 은혜를 배반하고 나라를 등진 죄가 만 번 죽더라도 속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벌을 가하지 않고 도리어 감사의 직임을 맡기셨으니, 신이 비록 몸이 쓰러져 죽고 뼈가 가루가 된다 한들 그 큰 은혜를 어찌 만분의 일이나마 갚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살펴보건대, 제수하신 날짜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교서(敎書)와 인신(印信)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으니, 이는 필시 왜적들이 꽉 차 있어서 도로를 통행하기 어려워 그런 것인 듯합니다.
경상좌도는 6월 10일 이후로 흥해(興海), 청하(淸河), 영덕(盈德), 영해(寧海), 진보(眞寶), 청송(靑松), 안동(安東), 예안(禮安), 봉화(奉化), 영천(榮川), 풍기(豐基), 예천(醴泉), 용궁(龍宮) 등 10여 고을에는 아직 왜적들이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용궁, 예천, 안동, 예안, 봉화가 이미 왜적들에게 함락되었으며, 왜적들이 또 강원도(江原道)로부터 내려와서 영해부(寧海府)를 함락시켰으니, 그 나머지 바닷가의 고을들이 어찌 보전되었겠습니까. 진보, 청송, 영천, 풍기 네 고을은 비록 왜적들이 들어왔다는 기별을 듣지 못하였으나, 그곳만 보존되었을 리는 없을 듯합니다.
대개 30여 성(城)이 어느 한 곳도 조용하고 깨끗한 지역이 없으니, 신이 비록 동쪽으로 강을 건너기는 하였지만 다시 발붙일 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런 데다가 백성들은 병란을 만나 농사를 전폐하였으며, 산으로 들어간 자들은 모두 굶주리고 있고, 들판에 있는 자들은 모두 왜적들에게 도륙당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죽음을 면한 장정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군량과 무기가 탕진되어 손을 쓸 도리가 없습니다. 또 변란이 생긴 이후로 좌도와 우도가 가운데가 갈라져 호령이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좌도의 경우는, 백성들을 불러모아 왜적을 치는 사람이 없는 탓에 왜적들이 더욱더 거리낄 것이 없어 토지를 차지해 제 것으로 삼고서는 각자 수령이라고 일컬으면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오래도록 머무를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신이 각 고을에 통문(通文)을 돌려 선비들 가운데 유식한 자들을 골라 뽑아 소모관(召募官)으로 차임하고 무예의 재주가 있는 자를 가장(假將)으로 삼았습니다.
영산(靈山)에 사는 정로위(定虜衛) 신방주(辛邦柱), 생원(生員) 신방즙(辛邦楫), 창녕(昌寧)에 사는 충순위(忠順衛) 성천희(成天禧), 권지 교서관정자(權知校書館正字) 성안의(成安義), 급제(及第) 성천유(成天裕), 보인(保人) 조열(曺悅), 현풍(玄風)에 사는 유학(幼學) 곽찬(郭趲), 업무(業武) 신의일(辛義逸) 등이 각각 군사 6, 7백 명을 모아 매복하고 있다가 왜적들을 쳐 계속하여 머리를 베어 바쳤습니다. 그리고 이달 4일에는 조열, 성천희 등이 1천여 명의 군사를 합하여 창녕(昌寧)에 있는 왜적들을 포위하고서 종일토록 서로 싸워 고을 수령이라고 칭하는 백마를 탄 왜적을 사살하자, 이틀 뒤에는 왜적들이 성책(城柵)을 불사르고 도망쳤습니다.
신녕(新寧)에 사는 봉사(奉事) 권응수(權應銖)는 신이 통문을 보내기도 전에 이미 의병을 일으켜서 왜적을 쳤다고 하므로, 그를 의병대장으로 차임하였습니다. 권응수가 지난달 27일에 하양(河陽)의 의병대장인 봉사 신해(申海)와 더불어서 네 고을의 군사를 거느리고 영천(永川)의 성에 웅거하고 있는 왜적들을 공격하여 남김없이 섬멸하였습니다. 이로부터 군사들의 위세가 자못 떨쳐져서 군민(軍民)들이 모두 왜적을 토벌할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만, 무기와 군량이 부족하니, 몹시 답답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경산(慶山), 하양(河陽), 신녕(新寧), 의흥(義興), 군위(軍威), 의성(義城)의 경우는 왜적들이 모두 떠나갔으며, 안동에 있는 왜적들도 관내(管內)인 풍산현(豐山縣)으로 옮겨 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에 병사(兵使) 박진(朴晉)이 부성(府城) 안으로 들어가 주둔해 있으면서 풍산에 있는 왜적들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는데, 병력이 약해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풍(玄風)과 영산(靈山)에 있는 왜적들 역시 칠 만하다고 하므로 신이 고령(高靈), 합천(陜川), 초계(草溪)의 의병들로 하여금 현풍의 왜적들을 공격하게 하고, 창녕(昌寧)과 의령(宜寧)의 군사들로 하여금 영산에 있는 왜적들을 공격하게 하여 이미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왜선(倭船) 39척이 초계의 사막(沙幕)에 정박하고 있으므로 인근의 의병들이 현재 모여서 포위하고서 공격하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거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도의 경우는, 전 좌랑(佐郞) 김면(金沔)이 거창(居昌)의 의병들을 거느리고 본현의 경내를 지키면서 금산(金山)과 무주(茂朱)의 왜적들을 방비하고 있으며, 가장(假將)인 전 주부(主簿) 손승의(孫承義)와 전 수문장 제말(諸沫) 등으로 하여금 고령을 나누어 지키면서 성주(星州)의 왜적들을 막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전 장령(掌令) 정인홍(鄭仁弘)을 가수(假守)로 삼고 거제 현령(巨濟縣令) 김준민(金俊民)을 가장(假將)으로 삼아 합천군을 지키게 하였으며, 전 군수 곽율(郭)을 가수로 삼고 전 만호(萬戶) 정언충(鄭彦忠)을 가장으로 삼아 유학(幼學) 이대기(李大期)와 전치원(全致遠)이 일으킨 의병을 거느리고 함께 초계군을 지키면서 무계(茂溪) 및 낙동강 가를 오가는 왜적들을 방어하게 하였습니다.
권지 훈련원봉사(權知訓鍊院奉事) 윤탁(尹鐸)이 권지 성균관학유(權知成均館學諭) 박사제(朴思齊) 등이 일으킨 의병을 거느리고 의령(宜寧)의 정암진(鼎巖津)과 신번현(新蕃縣)을 지키고 있고, 유학 곽재우(郭再祐), 훈련원 봉사 권란(權鸞) 등이 그들이 불러모은 군사 및 전 목사(牧使) 오운(吳澐) 등이 끌어모은 군사를 거느리고 영산 아래위의 강여울을 지키고 있으면서 영산, 창녕, 현풍 및 강가를 왕래하는 왜적을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주 판관(晉州判官) 김시민(金時敏) 등이 관군(官軍) 및 전 군수 김대명(金大鳴) 등이 모집한 의병을 거느리고 고성(固城)과 진해(鎭海)의 왜적을 막고 있으며, 함안 군수(咸安郡守) 유숭인(柳崇仁), 칠원 현감(漆原縣監) 이방좌(李邦佐), 사천 현감(泗川縣監) 정득열(鄭得悅), 곤양 군수(昆陽郡守) 이광악(李光岳) 등이 각자 함락당한 성으로 돌아가서 지키고 있는데, 싸워서 지킨 공이 큽니다.
함창(咸昌), 상주(尙州), 개령(開寧), 금산(金山), 지례(知禮), 선산(善山), 김해(金海), 창원(昌原), 진해(鎭海), 고성(固城) 이외에는 왜적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달 2일에 김면(金沔)이 전 부사 서예원(徐禮元) 등을 거느리고 지례현을 불지르면서 공격하여 창고에서 버티고 있던 왜적들을 불태워 죽였는데, 살아남은 왜적들은 금산으로 도망쳤습니다. 이에 김면은 요즈음 한창 화구(火具)를 다시 준비하면서 금산의 의병인 소모관 성균관 박사 여대로(呂大老), 가장 권응성(權應星) 등과 더불어 그 고을에 있는 왜적들을 협공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7일에는 창원 부사 장의국(張義國)이 함안 군수, 칠원 현감 등과 함께 진격하여 창원부에 있는 왜적을 쳐서 10여 급을 베었고, 살아남은 왜적들은 김해로 달아났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군량이 있으므로 장의국이 그 성으로 들어가 웅거하고 있습니다. 진해와 고성에 있는 왜적들은 배를 많이 잃어버린 탓에 궁한 도둑이 되어 죽기로써 지키고 있습니다. 이에 진주와 함안의 군사들이 여러 차례 공격하였는데도 이기지 못하였으니,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수사(水使) 원균(元均)이 진(鎭)을 버린 뒤로 배는 오직 4척만이 남았는데, 전라 좌도와 우도의 수사(水師)를 청하여 세 차례나 수전(水戰)을 벌였는데, 모두 대승을 거둬 왜적의 목 수백 급을 베고, 1백여 척의 배를 깨뜨렸으며, 불에 타고 물에 빠져 죽은 왜적은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왜적들이 크게 두려워하여 수백 척의 배를 정돈해 놓고 말로만 호남(湖南)으로 향해 가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며, 바다를 건너는 자는 반드시 산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다가 서쪽 바다에 우리 측 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출발합니다. 변란이 터진 이후로 싸워 공을 세운 것은 양도(兩道)의 수사보다 더 큰 공을 세운 자가 없습니다. 지금 또 듣건대, 호남의 수군이 대거 들어와 제도(諸道)에서 왜적을 수색하면서 토벌한다고 하는데, 아직 싸웠다는 기별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6월 중에 전라 감사라고 칭하는 왜적이 창원으로부터 곧장 함안에 이르러서 의령의 정암진(鼎巖津)을 건너려고 하다가 곽재우에게 막혀 못 건너자, 곧장 금산(金山)으로 가서 거창을 노략질하려고 하였으나 김면에게 막혔습니다. 그러자 다시 지례를 거쳐 무주현으로 향해 가 충청도(忠淸道)에 있는 왜적들과 합세하여 금산(錦山)으로 들어가 무주(茂朱), 용담(龍潭), 진안(鎭安) 등 여러 고을을 잇달아 함락시켰는바, 전주(全州)의 위태로움이 조석에 달렸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왜적들이 패하여 도망쳤으며, 그 나머지 왜적들은 몰래 본도로 돌아왔습니다. 이에 김면이 지례의 경계에 복병을 매복하였다가 불시에 뒤에서 공격하니 왜적들은 크게 패하여 달아났습니다. 이로부터 호남의 왜적들이 감히 다시 넘어오지 못하고 대부분 옥천(沃川)의 경내로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왜적들은 현재 금산(錦山)과 무주에 주둔해 있는데, 호남 사람들이 이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으므로 왜적들이 각처의 군사를 합하여 재차 침입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영남과 호남의 인심이 근왕(勤王)하면서 왜적을 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순찰사(巡察使)에게 허물을 돌리고 있습니다. 본도의 경우에는 곽재우가 감히 감사에게 격문을 보낸 것을 겨우 진정시켰으나, 호남의 경우는 광주 목사(光州牧使) 권율(權慄) 등이 도내에 통문을 돌려 순찰사의 죄를 나열하였으므로 순찰사가 공무를 보지 못하여 왜적을 토벌하는 일을 서로 모른 체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때 왜적들이 다시 침범해 온다면 막을 만한 형세가 전혀 없습니다.
좌도가 함락된 것은 저번에 아뢴 바와 같습니다. 신이 비록 가더라도 조처를 취할 수 없고, 이곳에서는 어느 정도 지탱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명(成命)이 이미 내려졌으니 신하의 의리에 있어서 감히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즉시 숨어 엎드려 있는 수령들에게 통문을 보내 군사를 보내어 마중나오게 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고가 오면 칼을 잡고 강을 건너가 생사를 돌아보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삼가 듣건대, 중국 군사가 장차 나올 예정이어서 나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신이 만약 잠시 동안만이라도 죽지 않고 살아서 어가(御駕)가 서울로 돌아오고 왜적을 깨끗이 소탕하는 날을 보게 된다면, 비록 군사를 일으켜 - 원문 빠짐 - 죄를 받아 만 번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D-001]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 이 부분의 원문이 ‘구의(久矣)’인데, 소주(小註)에, “초본(草本)에는 ‘이구(已久)’로 되어 있다.” 하였다.
[주D-002]집을 짓고 : 이 부분이 원문에는 ‘환가(還家)’로 되어 있는데, 두주(頭註)에, “‘환가(還家)’는 아마도 ‘치가(置家)’일 듯하다.” 하였다. 번역은 두주에 따라 하였다.
[주D-003]가장(假將) : 조정에서 정식으로 제수하기 전에 임시로 삼은 장수를 말한다.
[주D-004]가수(假守) : 전시(戰時)에 조정에서 정식으로 임명하기 전에 임시로 삼은 수령을 가리킨다.
[주D-005]신번현(新蕃縣) : 이 부분의 소주에, “어떤 본에는 ‘신반현(新反縣)’으로 되어 있다.” 하였다.
[주D-006]수사(水師) : 이 부분의 소주에, “초본에는 ‘주사(舟師)’로 되어 있다.” 하였다.

학봉속집 3권 계(啓) ●개성부(開城府)에서 조사(詔使)에게 베푼 잔치에 대해 논한 계

개성부에서 조사에게 베푼 잔치가 끝난 뒤에 하인들이 앞다투어 음식을 움켜쥔 상황과 두목(頭目)들을 박대한 일에 대해서는, 전의 간관(諫官)이 길거리에서 듣고서 감히 논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날 본 사람들이 아주 많았으니, 그 놀랍고 경악스러운 상황을 어찌 감출 수가 있겠습니까.
조사가 압록강을 건넌 뒤로 연도(沿道)에서 베푼 잔칫상은 으레 악인(樂人)과 무동(舞童)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개성부에 도착해서는 통사(通事)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러자 통사들이 나누어 받는 즈음에 잡인(雜人)들이 앞다투어 나가 움켜쥐고는 목구멍이 미어터지게 먹어 대니, 조사가 노한 기색을 띠고는 곧바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뒤에 벽제(碧蹄)에 도착해서는 잔치가 끝난 뒤에 즉시 해당 관원을 불러서 말하기를, “이 잔칫상은 너희들이 처리하라. 이 뒤로는 전과 같이 나누어 주지 말라.” 하였는데, 이는 대개 개성부에서 있었던 일에 노하여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일은 사람들마다 모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는데, 원접사(遠接使)만은 아랫사람들이 엄폐하는 통에 미처 듣지 못한 것입니다.
두목(頭目)들을 박대한 일은, 개성부에서 집집마다 잡물(雜物)을 거두어 관고(官庫)에 가득 쌓아 놓았는데도 해당 관원이 용렬해서 제대로 조처하지 못해 백성들의 고혈이 모두 하리들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대충 장만하여 두목들을 먹이자, 두목들이 분노하여 “원도(遠道)에서는 음식이 풍성하였는데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초라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이 잔칫상을 받지 않고자 한 것은 비단 단금(單衿) 한 가지 일 때문만은 아닙니다. 개성부 관원이 직무를 태만히 하여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죄가 이와 같은데, 어찌 추고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담당 낭청을 파직시키소서.

학봉속집 3권 계(啓) ●병조(兵曹)에 대해 논한 계 [또 아뢴 계]

학봉속집 3권 계(啓) ●병조(兵曹)에 대해 논한 계

학봉속집 3권 계(啓) ●전조(銓曹)에 대해 논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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