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 학봉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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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집(鶴峯集) 중간발(重刊跋)-[발문(跋文)]

학봉 선생의 원집(元集)과 속집(續集) 판본(板本)이 세월이 오래되어서 마멸되었으므로 중간(重刊)해서 후세에 남겨 주자고 의논하였다. 글자의 획이 잘못된 것 중 근거할 데가 있는 것은 고이(考異)를 하고,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것은 두표(頭標)를 달았으니, 이는 그 일을 중하게 여긴 것이며, 그 이외의 나머지 것들은 바꾸거나 변동시키는 것이 마땅치가 않다. 다만 문류(文類) 가운데에서 《해사록(海槎錄)》을 별도로 편집하여 넣고 부록(附錄)을 편차(編次)에 넣지 않은 것은 아마도 상례(常例)가 아닌 듯하다. 이에 후손 김진귀(金鎭龜)와 사빈서원(泗濱書院)에서 회의하고, 종손 김진화(金鎭華)가 호남(湖南)에서 관직에 있어 여러 차례 왕복하였으나, 적절한 방안을 얻지 못하였다.
나 유치명(柳致明)이 다시금 생각해 보건대, 《해사록》을 종류에 따라 나눈 것은 시고(詩藁)에서 이미 그렇게 하였고, 부록을 편차한 것은 속집에서 한 것을 근거로 삼을 수가 있으므로, 지금 이를 끌어대어 한결같이 하였다. 그 가운데 일치하지 않는 것은 본집에서 이미 행한 전례를 써서 편집하는 항규(恒規)에 합당하게 하였다. 또 혹 연조(年條)와 의례(義例)가 서로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모두 상고하여 근거로 삼은 데가 있으며, 새로 수집한 것을 감히 뒤섞어서 기록하지 않고 습유(拾遺)라고 표시하여 각 종류의 아래에다 붙였다. 이것이 비록 스스로는 신중하게 한다고 해서 한 것이나 맡은 일로 살펴볼 때 몹시 두렵다.
아, 선생께서는 정대하고 광명한 자질을 타고난 데다 주경(主敬)과 정의(精義)의 학문을 하여 덕을 행하고 공을 이룬 것이 백대토록 환하게 빛난다. 그러니 문자에 발휘된 것이 진실로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난리를 겪는 도중에 산실된 나머지에서 근근이 수습하여 차례를 나누어 판각하였으니, 다 수집해서 수록하지 못했다는 유감이 있음을 면치 못하겠다. 그러나 한마디 말이나 한 조각 글자라도 모두가 도의(道義) 가운데에서 나온 것이므로 한 폭 병명(屛銘)의 요지(要旨)에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도를 전하고 가르침을 드리운 중함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인바, 후세 사람들이 반드시 이 책 속에서 이 세상에 드문 흥모(興慕)하는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김진화씨가 나에게 여러 차례 발문(跋文)을 써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머뭇거리면서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인사(人事)가 크게 어그러져서 이를 사양할 길이 없게 되었으며, 또 내가 외람되이 의논하는 말석에 참여하게 됨을 면치 못하였다. 이에 삼가 그 사실을 위와 같이 기록하는 바이다.
금상(今上) 2년 신해년(1851, 철종 2) 5월 임자일에 후학 완산(完山) 유치명(柳致明)은 삼가 발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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