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 학봉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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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차오산이 지은 ‘송천수(宋千壽)에 대해 읊은 배율 십육운’ 시의 운을 차운하다. 송천수는 보성(寶城) 사람으로, 정해년에 오도(五島)의 왜인들에게 포로로 잡혀 가 남만(南蠻)으로 팔려갔다. 그 뒤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마침 사신을 만나게 되어 쇄환(刷還)될 수 있었다.

이역땅서 죽을 고생 겪은 지 몇 년인가 / 萬死投荒問幾年
다시 천일 보게 될 줄 어찌 생각하였으리 / 重看天日豈圖前
일본땅에 붙잡혀 와 외론 섬서 걱정했고 / 俘來日域愁孤島
남만으로 팔려가며 배 위에서 겁먹었네 / 掠去蠻荒㥘海船
몸 묶인 채 마소처럼 갖은 고생 다하였고 / 維縶不殊牛馬走
오랑캐들 채찍질에 오래도록 시달렸네 / 侵凌長受犬羊鞭
범굴 속의 외로운 몸 감싸주는 이 없는데 / 身孤虎穴無人庇
고향땅이 멀기로야 나보다 뉘 더 멀리오 / 路絶狐丘孰我先
조그만 섬 여기저기 떠돈 것이 몇 번인가 / 漂轉彈丸島幾許
삼천대계 산과 바다 두루두루 다 보았네 / 周觀山海界三千
향산현서 그대의 몸 부치어서 살았었고 / 香山縣裏身如寄
백골퇴서 그대 목숨 간당간당 하였어라 / 白骨堆邊命差懸
그대는 독실한 정 견디지 못하고서 / 憶子不堪情愛篤
부모 그려 밝은 달빛 바라다보았으리 / 思親空望月華鮮
서북쪽엔 하늘 높아 잉어 가기 어려웠고 / 天高西北魚難去
동남쪽엔 땅이 낮아 기럭조차 못 전했네 / 地下東南鴈不傳
머리카락 깎이자 모습 변해 맘 놀랐고 / 剃髮却驚形已蛻
혼은 녹아 몇 번이나 눈물 펑펑 흘렸던가 / 銷魂幾度淚如泉
반평생을 떠돌다가 죽을 줄 알았는데 / 半生流落其終也
만릿길에 돌아오니 그 역시 우연이네 / 萬里歸來亦偶然
너무 기뻐 봄날 꿈이 깨이는 듯 싶다가 / 喜極飜疑春夢罷
길 끊어져 도리어 사신 탄 배 만났네 / 途窮還被使槎憐
대도 손에 넣는 것은 운수가 있는 거고 / 大刀入手應關數
잎새 져서 뿌리로 감 인연이 있는 거네 / 落葉歸根實有緣
성상께서 먼 나라를 품어주지 않았다면 / 不有聖明綏遠邇
붙잡힌 몸 그 누가 풀어줄 수 있었으랴 / 誰令俘虜解拘攣
그대 목숨 온갖 고생 겪는 데에 달렸다가 - 천생만수(千生萬受)는 고생스럽다는 말로, 《주서(朱書)》에 나온다. / 多渠命在千生日
기쁘게도 다시 살려 주는 은혜 받았구나 / 喜汝身逢再造天
다시금 한복 입고 사신 따라 돌아와서 / 更着鄕衣隨漢節
살던 집을 찾아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네 / 却尋蝸屋返湖田
선창에서 남만 풍속 자세하게 듣고는 / 秋窓細聽蠻荒俗
붓을 잡아 애오라지 왕회편 뒤를 잇네 / 援筆聊賡王會篇

[주-D001] 삼천대계(三千大界) :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세계로, 불교에서는 무수히 많은 세계가 있다고 보는데, 일천 세계가 소천세계(小千世界)가 되고, 소천세계가 천 개 모여서 중천세계(中千世界)가 되고, 중천세계가 천 개 모여서 대천세계가 된다고 한다.[주-D002] 서북쪽엔 …… 전했네 : 고향에 소식을 전할 길이 없었다는 뜻이다. 잉어와 기러기는 서신을 전한다고 한다.[주-D003] 대도(大刀) 손에 넣는 것 : 대도는 대도환(大刀環)으로, 돌아간다는 뜻인 환(還)의 은어인데, 큰 칼에 달린 고리인 환(環)이 돌아간다는 뜻인 환(還)과 음이 같으므로 취해서 쓴 것이다. 《漢書卷54 李廣傳李陵》[주-D004] 잎새 져서 뿌리로 감 :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어도 끝내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옛말에, “나무가 천 길 높이 자라지만, 잎새가 떨어져서 뿌리로 돌아간다.” 하였다.[주-D005] 왕회편(王會篇) : 《주서(周書)》의 편명으로, 사방의 제후(諸侯)와 사이(四夷)가 천자에게 조회하는 것을 기술하였다.[주-D006] 王 : 원문에는 ‘옥(玉)’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1201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아침 나절 무료히 앉아 있다가 차오산이 지은 ‘우연히 지은 율시 두 수’ 시의 운을 차운하다. 1수는 원집에 들어 있다.

1200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수 상인(秀上人)이 지은 근체(近體) 한 수 시의 운을 차운하다.

1199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정수원(正受院)의 중 종진(宗珍)이 지은 시의 운을 차운하다.

1198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대덕사(大德寺)의 중 종태(宗太)가 지은 시의 운을 차운하다. 칠언 절구 1수

1197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구일에 송원원(松源院)의 중 종장(宗長)이 찾아와서는 절구 한 수를 지었기에 차운하여 주다.

1196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왜승(倭僧)이 청죽(靑竹), 황화(黃花), 사계화(四季花), 계관화(鷄冠花)를 한 꽃병에다가 꽂아서 바쳤는데, 차오산과 술을 마시다가 절구 한 수를 쓰다.

1195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안락당(顔樂堂)이 지은 ‘구월 구일에 대마도에서’ 시의 운을 차운하다. 5수. 제2수는 원집에 들어 있다.

울 밑의 국화 보니 마치 고향 국화 같아 / 東籬如對故園枝
오랑캐땅 술을 몇 잔 끌어당겨 마시누나 / 蠻酒猶堪引數卮
시 읊어서 좋은 계절 읊을 만하거니와 / 政可安排酬勝節
슬퍼하며 먼 땅 온 것 원망할 거 없다네 / 不須怊悵怨荒陲
우산에서 눈물을 흘린 날을 생각하다 / 忽思牛峀沾衣日
용산에서 모자 떨어지던 때를 생각하니 / 仍憶龍山落帽時
예나 지금 슬픈 맘은 다하지 않을 거나 / 今古悲歡應不盡
부상땅서 홀로 시 읊을 때만 하겠는가 / 扶桑誰似獨吟詩

술동이 앞에 부는 바람 불게 내버려 둔 채 / 坐負樽前吹帽風
오랑캐 산 적막한데 허공에다 글자 쓰네 / 夷山寂寞但書空
이역땅에 오랫동안 떠도는 나 가련커니 / 自憐流落殊方久
누가 나를 불러내어 좋은 계절 함께하나 / 誰更招邀令節同
새로 뜬 달 정 있어서 앉은 자리 끼어들고 / 新月有情來席上
찬 향기는 분분하게 술잔 안에 스며드네 / 寒香多事入杯中
선방에서 이들 대해 시의 흥취 이루나니 / 禪房對此聊成興
취한 뒤엔 일본땅에 지체함을 어찌 알리 / 倚醉何知滯海東

중양절에 높은 산에 올라갈 길 없으니 / 重陽無計上高峯
하늘 밖서 무슨 수로 늙은 내맘 위로하리 / 天外何緣慰老儂
땅 뒤덮은 찬 구름은 적막감을 더하는데 / 羃地寒雲添寂寞
저편 숲엔 석양빛이 영롱하게 스며드네 / 隔林殘照透玲瓏
쇠한 얼굴 수척한 가을산과 어울리고 / 衰顔却與秋山瘦
시름 생각 진한 술과 조화되기 어렵네 / 羈思難和酒味濃
옥 같은 이가 나를 찾아와 주었기에 / 賴有玉人來問我
한밤중에 촛불 켜고 시 지어 화답하네 / 中宵呼燭敢辭慵

바다 건너온 뒤 벌써 달이 몇 번 바뀌니 / 入海居然月屢更
눈에 비친 광경들은 부질없이 변하누나 / 眼中光景謾崢嶸
붉은 얼굴 늙을수록 젊어지기 어렵나니 / 紅顔老去知難少
가을 되어 흰머리는 몇 올이나 자랐는가 / 白髮秋來問幾莖
술병 앞서 좋은 손님 없다고 한탄 말라 / 樽前莫恨無佳客
취한 뒤에 노병 얻기 무엇이 어려우랴 / 醉後何妨得老兵
흥 오름에 머리를 적셔가며 마시면서 / 乘興却成濡首飮
흠뻑 취해 고향을 그리는 정 위로하네 / 沈冥聊慰望鄕情
이날 밤에 허산전이 술을 피해 도망하였는데, 술자리가 파한 뒤에 데리고 온 무리들과 더불어 마구 마셔 대었는바, 그 광태(狂態)를 상상할 수 있겠기에 5연과 6연에서 언급하였다.

[주-D001] 안락당(顔樂堂) : 김흔(金訢)의 호이다. 김흔은 성종 10년(1479)에 통신사의 서장관(書狀官)이 되어 일본에 갔으나, 대마도에서 병이 나 되돌아왔다.[주-D002] 우산(牛山)에서 눈물을 흘린 날 : 우산은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산 이름으로, 제(齊) 나라 경공(景公)이 이 산에서 노닐다가 북쪽으로 국성(國城)을 바라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만약 이대로 가다가 죽으면 어쩌겠는가.” 하였다. 《晏子春秋諫上 17》[주-D003] 용산(龍山)에서 모자 떨어지던 때 : 진(晉) 나라 때 환온(桓溫)이 중양절(重陽節)에 맹가(孟嘉)와 함께 용산(龍山)에서 술잔치를 벌였는데,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떨어지자, 환온이 손성(孫盛)에게 시를 지어서 이를 조롱하게 하였다. 맹가가 그 시를 보고서 화답하는 시를 지었는데, 시가 몹시 뛰어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탄복하였다. 《晉書卷98 孟嘉列傳》[주-D004] 허공에다 글자 쓰네 : 속마음이 불평스러우나 겉으로는 표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진 나라 때 은호(殷浩)가 중군장군(中軍將軍)이 되었다가 남의 무함을 입어 신안(信安)으로 쫓겨났는데, 겉으로 불평하거나 원망하는 기색이 없이 평상시처럼 담소하였다. 그러면서 매일 손가락으로 허공에 대고 무슨 글자를 썼는데, 사람들이 몰래 엿보니 ‘돌돌괴사(咄咄怪事)’라는 글자를 반복해서 쓰고 있었다. 《世說新語黜免》[주-D005] 옥 같은 이 : 친한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애칭이다.[주-D006] 노병(老兵) 얻기 : 술친구를 찾아 술을 마신다는 뜻이다. 진(晉) 나라 때 사혁(謝奕)이 술 마시기를 아주 좋아하였는데, 술에 취하면 조정의 예의를 따지지 않았으므로, 그의 상관인 환온(桓溫)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피해 도망쳤다. 그러자 사혁은 다시 환온의 수하에 있는 장수를 붙잡고 함께 마시면서 말하기를, “한 노병이 도망치자 또다시 한 노병을 얻었으니, 또한 무슨 괴이할 것이 있는가.” 하였다. 《晉書卷79 謝奕列傳》[주-D007] 머리를 적셔가며 마시면서[濡首] : 술에 몹시 취하여 본성을 잃고 광태를 부린다는 뜻이다. 《주역》 미제괘(未濟卦) 상구(上九)에, “술을 마시고서 미더움이 있으면 허물이 없거니와, 머리를 적시면 미더움이 있다 해도 실수할 것이다.[有孚于飮酒無咎濡其首有孚失是]” 하였다.

1194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허산전이 지은 ‘두 공부(杜工部)의 구일(九日) 시에 화답하다.’ 시의 운을 차운하다.

1193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차오산이 지은 ‘가을의 회포를 읊은 오언 배율 이십운’ 시의 운을 차운하다.

깊은 가을 푸른 바닷가에 있으며 / 高秋滄海上
홀로 서서 하늘과 땅 바라보누나 / 獨立望輿堪
고국땅은 천리 멀어 맘 그리운데 / 故國懷千里
이역땅서 한 암자에 머물러 있네 / 殊方住一菴
푸른 이끼 궤석 주위 자라나는데 / 莓苔生几席
산 기운은 옷소매를 스치고 가네 / 衣袂撲煙嵐
적막한 속에 산새 울음을 듣고 / 寂寞聞山鳥
쓸쓸하니 불감을 마주 대하네 / 蕭條對佛龕
이내 신세 구름 속에 깃든 것 같고 / 栖雲身似寄
객을 보곤 입은 달라붙은 듯하네 / 見客口如暗
좋은 경친 소나무와 대나무고요 / 大賞松兼竹
맑은 향긴 귤에다가 또 밀감이네 / 淸香橘又柑
물가 난초 차갑고도 빛깔 푸르고 / 汀蘭寒更碧
언덕 지초 늙었어도 향기 풍기네 / 岸芷老猶馣
홀연 가슴 시원해짐 깨닫겠나니 / 忽覺襟初洒
코 끝에 향기 스쳐 도리어 좋네 / 還憐鼻默參
대궐 향해 북두성을 바라보는데 / 宸居看斗北
일본땅은 하늘 남쪽 가까웁구나 / 日陸近天南
새 색시는 규방에서 슬퍼하는데 / 閨闔悲新婦
호남자는 상호 에다 기대는구나 / 桑弧倚好男
현진을 내가 이미 건너왔나니 / 玄津身已越
신선 세계 꿈속에서 익숙도 하네 / 玉界夢猶諳
왜놈들을 이미 복종시키었으니 / 已遣蠻兒服
끝끝내 중국 교화 펴지게 하리 / 終令漢化覃
왜놈땅서 행하여질 신의 믿나니 / 只憑行貊信
어찌 담천 늘어놓을 필요 있겠나 / 安用掞天談
구양에서 중양절을 만나게 되어 / 佳節逢陽九
삼경에서 지내기를 생각하누나 / 幽期憶逕三
지은 시를 시 상자에 가득 채우고 / 安排詩滿篋
맘 강개해 칼집에서 칼 뽑아드네 / 慷慨劍抽函
시름 회포 없애려고 마시는 거지 / 政欲愁懷遣
술을 탐해 마시는 거는 아니네 / 非關麴孼貪
국화는 올해의 빛 머금었는데 / 菊含今歲色
단풍은 지난해의 붉음 잃었네 / 楓失去年酣
내 스스로 신룡의 기세 믿나니 / 自倚神龍奮
누가 맹호 노리는 먹이감 되리 / 誰爲猛虎眈
모름지기 기운 위축되지 않게 해 / 應須氣不餒
부끄런 빛 얼굴에 안 생기게 하라 / 莫使面生慚
봉새처럼 날아 고국 돌아가나니 / 鳳擧還周國
담화가 한 번 핀 걸 어찌 논하랴 / 寧論一現曇

[주-D001] 상호(桑弧) : 천하를 경략하고자 하는 큰 뜻을 말한다. 고대에 아들이 태어나면 뽕나무로 활을 만들고 쑥대로 화살을 만들어서 천지 사방에 활을 쏘아, 남아로 태어났으면 응당 사방을 돌아다닐 뜻을 품어야 함을 표상하였다. 《禮記內則》[주-D002] 현진(玄津) : 불교에서 말하는 고해(苦海)의 바다를 말한다.[주-D003] 담천(談天) : 말에 능하여 변론을 잘하는 것을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 ‘동정춘색(洞庭春色)’에, “모름지기 그대는 염해의 술잔 따라서, 담천하는 나의 입을 적시어 주게.[須君灎海杯澆我談天口]” 하였다.[주-D004] 구양(九陽) : 하늘과 땅의 맨 끝으로, 여기서는 일본을 가리킨다.[주-D005] 삼경(三逕) : 세 개의 사잇길로, 은자(隱者)가 사는 집의 정원을 말한다.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개의 사잇길은 황폐해졌는데, 소나무와 대나무는 그대로 있네.” 하였다.[주-D006] 담화(曇花)가 한 번 핀 걸 : 사물이나 인물이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담화는 우담발화(優曇鉢華)로, 피었다가는 금방 지는 꽃이다.

1192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중양일(重陽日)이 되기 삼일 전 밤에 일어나 홀로 술을 마시다.

1191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송원원(松源院)의 장 상인(長上人)에게 차운하여 주다. 이름은 종장(宗長)이다.

1190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고조황운모 한선벽수추(高鳥黃雲暮寒蟬碧樹秋)’의 시구를 분운(分韻)한 것을 차운하다.

동남쪽은 바다라서 땅이 없으니 / 東南地不滿
어느 곳이 그 높다는 삼신산인가 / 何處三山高
그 산의 꼭대기에 내 올라가서 / 我欲登絶頂
구주를 한 터럭처럼 내려다보리 / 九州看一毫

한 나그네 동해 바다 벗어나서는 / 有客超東溟
천지간을 큰 새 타고 날아올라서 / 天地躡大鳥
인주에서 신선들을 만나고 보니 / 麟洲逢羽仙
검은 머리 붉은 얼굴 한 신선 적네 / 綠髮紅顔少

바닷가에 가을 바람이 불어오자 / 海上秋風落
집집마다 귤과 유자 익어 누렇네 / 家家橘柚黃
그렇지만 내가 사는 데 아니기에 / 雖然非我土
그리운 맘 고향땅 거기 가 있네 / 餘戀在恭桑

천지는 스쳐 지난 여관과 같고 / 乾坤一逆旅
세상일은 구름처럼 무상한 거네 / 世事如飜雲
대황 땅 밖에 나와 나 홀로 서니 / 獨立大荒外
신선(神仙) 속인(俗人) 여기에서 나누어지네 / 仙凡從此分

난초 혜초 남은 향기 풍기는 속에 / 蘭薰韻餘芳
서성일 새 한 해 장차 다 저물었네 / 徘徊歲將暮
시인 있어 남은 줄기 어루만지며 / 騷人撫孤根
한밤중에 서리 이슬 원망하누나 / 中宵怨霜露

가을 들어 가을비가 자주 내리니 / 秋來多苦雨
병약한 몸 그 차가움 못 견디겠네 / 病骨不堪寒
한밤중에 낙숫물 소리 들리니 / 半夜聞簷溜
빈 침상 잠자리가 편치 않구나 / 空床席未安

절 주위의 숲엔 병든 잎새가 많고 / 禪枝多病葉
큰 나무선 매미가 아니 우누나 / 高樹不聞蟬
객중에 흘러가는 세월을 보며 / 客裏看流景
가고 멈춤 저 하늘에 내맡기었네 / 行藏信彼天

뭇 나무들 가을 되어 모두 시들자 / 蒲柳望秋零
비로소 소나무 숲 푸름 보이네 / 始見松林碧
맑은 그늘 뜨락 가득 드리워서는 / 淸陰滿庭戶
먼 타향 떠도는 날 위로하누나 / 慰我遠游客

깊은 밤 고요하여 사람 없는데 / 夜深靜無人
이슬은 뜨락 나무 가득 내리네 / 風露滿庭樹
가을 기운 절로 맑고 쓸쓸도 한데 / 秋氣自凄淸
신선향을 한 오라기 불에 사르네 / 仙香又一炷

한 백 년이 이미 반이 지나갔으니 / 百年已强半
몇 번을 더 인간 세상 가을 보려나 / 幾見人間秋
이번 가을 하늘 밖서 맞이했으니 / 今秋又天外
뒷날에는 꿈속에서 찾게 될 거네 / 他日夢中求

[주-D001] 고조황운모 한선벽수추(高鳥黃雲暮寒蟬碧樹秋) : 두보의 시 ‘만추장사채오시어음연송은육참군귀풍근성(晚秋長沙蔡五侍御飮筵送殷六參軍歸灃覲省)’의 시구이다.[주-D002] 인주(麟洲) : 전설 속에 나오는 봉린주(鳳麟洲)로, 신선들이 산다고 하는 곳이다.

1189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황송당과 허산전이 일본의 중 대우(大愚)에게 준 시의 운을 차운하다.

1188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뜨락의 소나무를 읊어서 종순(宗蕣)에게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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