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 학봉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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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2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정어성(淀御城)을 지나다.

1261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허산전이 지은 ‘십일일에 천서사(天瑞寺)를 출발하여 조우촌(鳥羽村)에서 머물다.’ 시의 운을 차운하다.

1260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차오산이 ‘일년장진야 만리미귀인(一年將盡夜萬里未歸人)’의 시구를 분운한 것을 차운하다.

일 년 삼백 육십 일 가운데에서 / 三百六十日
남은 날은 오늘 밤 하루뿐이네 / 所餘今夜一
어찌하여 만리 먼 길 온 나그네는 / 如何萬里客
물고기들 사는 섬에 매여 있는가 / 守此黿鼉窟
세상일은 저절로 연고 많은데 / 世事自多故
- 원문 2자 빠짐 - 세월은 빨리도 가네 / □□流景疾

그대와 섣달그믐 밤 지새우니 / 與君守殘歲
오는 새해 맞이하고 싶지가 않네 / 不願逢新年
새해 옴이 어찌 좋지 않으리오만 / 新年豈不好
사람 일이 변하는 걸 어찌하리오 / 奈此人事遷
어느 누가 약목의 가지를 꺾어 / 誰折若木枝
희화에게 꺼꾸로 해 몰게 하려나 / 倒驅羲和鞭

서울에 봄이 장차 저물려 할 때 / 神京春欲暮
백료들이 멀리 가는 날 전송했네 / 百僚遠于將
그 어찌 알았으랴 해 저물도록 / 豈料歲云徂
돌아가는 배 여기에 체류할 줄을 / 尙此滯歸航
외로운 회포 가눌 길이 없기에 / 孤懷不可攬
부상땅서 길다랗게 파람 부누나 / 長嘯倚扶桑

해 저무나 수심은 없앨 길 없고 / 歲除愁莫除
술 다해도 그리움은 그대로이네 / 酒盡思何盡
기장밥이 빨리 익는 것이 겁나서 / 却怕粱易熟
긴긴밤을 두 눈 뜬 채 지새우지만 / 永夜目不瞬
섣달그믐 밤 지샘은 괜한 것으로 / 守歲亦徒然
세월 꽃은 내 살쩍에 이미 내렸네 / 年華已添鬢

섣달그믐 밤 새는 게 풍습이지만 / 守歲歲之常
어느 누가 바다에서 밤을 지새랴 / 誰守滄溟夜
푸른 바다 바라봐도 끝없는 속에 / 滄溟望不極
훌쩍하니 가는 세월 떠나가나니 / 忽忽流年謝
삼경쯤에 듣기 싫은 소리 들리자 / 三更聞惡聲
천계 이미 날 밝았다 꼬끼오 우네 / 天雞已喔啞

손꼽아서 한 백 년의 날짜 세보니 / 屈指百年日
삼만 하고도 또다시 육천 일이네 / 六千又三萬
아아, 이제 남아 있는 열두 시간에 / 吁此十二時
희화가 모는 해를 누가 멈추랴 / 羲馭誰能頓
저 동해 바닷물을 모두 기울여 / 不如傾東海
술잔 서로 올리는 것만 못하리 / 觥籌迭相獻

아침저녁 봉래산을 바라보지만 / 日夕望蓬萊
봉래산은 몇만 리나 되는 데 있나 / 蓬萊幾萬里
뭇 신선들 모이는 곳 그 어디인가 / 群仙會何處
아마도 저 오색 구름 속일 것이네 / 想像綵雲裏
내 거기에 가서 신선 따르고 싶어 / 我欲往從之
눈길 들어 가없는 바다 끝 보네 / 目斷玄津水

삼신산에 영약이 많다 하는데 / 三山多靈藥
영약을 가져올 길 전혀 없구나 / 採採我全未
이내 몸 늙는 거야 안 아까운데 / 我老不足惜
어찌하여 한밤중에 일어났는가 / 胡爲中夜起
충효 바칠 소원을 못 이루었으니 / 忠孝願未遂
새해 다시 돌아옴을 어이 견디리 / 那堪歲鱗次

적간관에 그 무슨 좋은 일 있어 / 赤關有何好
외로운 배 머무른 채 안 돌아가나 / 孤舟滯未歸
어룡들은 한밤중에 울음을 울고 / 魚龍夜叫嘯
중천에는 드문드문 별들 떴는데 / 中天星斗稀
오로지 저 당당한 태양 있어서 / 唯有堂堂日
나는 듯이 빠르게도 솟아오르네 / 棄我疾如飛

천지 마치 홍로와도 같은 것으로 / 天地如洪爐
돌로 되어 아니 녹는 사람 없었네 / 何曾有石人
만고 세월 하루의 밤낮이거니 / 萬古一晝夜
그대여 눈물 주룩 흘리지 말게 / 勸君莫沾巾
아침에 도 듣고서 저녁에 죽어 / 何如朝楣
백대토록 이름 떨치는 게 나으리 / 百世張風神

[주-D001] 일년장진야 만리미귀인(一年將盡夜萬里未歸人) : 대숙륜(戴叔倫)의 시 ‘제야숙석두역(除夜宿石頭驛)’의 시구이다.[주-D002] 약목(若木) : 전설 속에 나오는 나무로, 대황(大荒) 가운데 있는 형석산(衡石山), 구음산(九陰山), 형야지산(泂野之山) 꼭대기에 자라는 나무인데, 나무는 붉고 잎은 푸르고 꽃은 붉다고 한다. 《山海經大荒北經》[주-D003] 기장밥이 …… 겁나서 :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이 깰까 겁난다는 뜻이다. 당 나라 때 노생(盧生)이란 사람이 한단(邯鄲)의 여관에서 도사(道士) 여옹(呂翁)을 만나 베개를 빌려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50년 간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깨고 보니, 여관집 주인이 짓던 기장밥이 채 익지도 않았다고 한다. 《枕中記》[주-D004] 천계(天雞) : 전설 속에 나오는 하늘에 사는 닭이다. 땅 동남쪽에 도도산(桃都山)이 있으며, 그 꼭대기에 있는 큰 나무에 천계가 사는데, 아침에 해가 뜨면서 이 나무를 비추면 천계가 울고, 그 소리를 따라 온 천하의 닭들이 운다고 한다. 《述異記》[주-D005] 홍로(洪爐) : 만물을 녹이는 큰 용광로를 말한다.

1259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허산전이 백대붕(白大鵬)의 운을 쓴 것을 차운하다.

인간 세상 오랑캐땅 머물기 싫증나서 / 厭却人間貉一丘
현진의 나루에서 신선 배를 띄웠네 / 玄津津上駕仙舟
아득해라 신선산은 그 어디에 있는가 / 仙山渺渺知何處
하늘가를 바라보니 쌍쌍이 백구 나네 / 目斷天邊雙白鷗

이상은 고기촌(高崎村)을 지나면서 읊은 것이다.

바다 섬 깊은 곳에 외로운 마을 있어 / 海山深處有孤村
마을에 사는 어부 삽작문에 기대 있네 / 中有漁翁倚蓽門
사신 온 나 오랫동안 떠돈다고 웃지 말라 / 莫笑征人長作客
봄바람 불면 나도 고향으로 돌아가네 / 春風吾亦返丘園

이상은 소성산촌(小城山村)을 읊은 것이다.

포구 머리 바람 자서 고요한 한밤중에 / 灣頭波靜夜寥寥
하늘 밖서 때때로 퉁소 소리 들려오네 / 天外時聞白玉簫
다시금 적간관의 백 척 누대 보노라니 / 更見雄關臺百尺
하늘 나는 학을 타고 구름 속 날고 싶네 / 願言沖鶴向雲霄

상은 적간관(赤間關)에서 묵은 것을 읊은 것이다.

가는 배 삼일 동안 바닷가에 머무르니 / 歸帆三日滯溟津
나그네의 시름 생각 술 마셔도 소용 없네 / 羈思難憑酒力神
서해주의 산 앞에서 묵은 해 전송하고 / 西海山前送殘歲
적간관 바깥에서 오는 새해 맞이하네 / 赤間關外迎新春
푸른 파도 물보라는 청룡검 칼과 같고 / 苔生躍水靑龍劍
어깨에는 봉두난발 흰머리 늘어졌네 / 蓬亂垂肩素髮銀
누가 부상 향해 가서 새끼줄을 걸어서 / 誰向扶桑掛飛索
하늘가에 오래오래 육룡 바퀴 매어두나 / 天邊長繫六龍輪

이상은 황송당이 지은 ‘적간관해중(赤間關海中)’ 시의 운을 차운한 것이다.

한 송이 붉은 꽃이 눈 오는 밤 비치거니 / 一朶殘紅映雪宵
봄소식을 나뭇가지 안 보고도 알 수 있네 / 先春何用待風條
꽃다운 맹세 홀로 매화와 맺었나니 / 芳盟獨與梅花約
고고한 그 꽃 보고 적적하다 말을 말라 / 莫道孤高不自聊

이상은 동백꽃을 읊은 것이다.

마음은 산 같아서 흔들린 적 없으니 / 心如山岳不曾搖
만릿길 섬나라가 멀다 한들 어떠리오 / 萬里從他水國遙
서해주의 산 앞에서 섣달그믐 만났는데 / 西海山前逢臘日
돌아가는 배 홀연 광풍 만나 맘 놀랐네 / 忽驚歸棹阻狂潮

섣달그믐 부상땅에 새벽빛이 밝아오니 / 臘日扶桑曙色明
청묘를 타는 소리 하늘 소리 같으리라 / 朱絃淸廟想天聲
외론 신하 홀로 처져 조회하러 못 나감에 / 孤臣獨後駿奔列
바다 섬에 갇혀 있는 답답한 맘 안 풀리네 / 海岳蟠胸鬱不平

이상은 허산전이 지은 ‘납일(臘日)’ 시의 운을 차운한 것이다.

[주-D001] 현진(玄津) : 불교에서 말하는 고해(苦海)의 바다를 말한다.[주-D002] 迎 : 소주에, “영(迎)은 거성(去聲)이다.” 하였다.[주-D003] 육룡 바퀴[六龍輪] :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의 신이 타는 수레를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데, 희화(羲和)가 그 수레를 몬다고 한다.[주-D004] 청묘(淸廟) : 《시경(詩經)》 주송(周頌)의 편명(篇名)으로, 주공(周公)이 문왕의 사당에 제사할 때 드린 시(詩)이기도 하다.

1258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다시 주 자 운을 써서 손의(孫醫)에게 주다.

1257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주(舟) 자(字) 운을 겹쳐서 쓰다.

1256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술에 취해 차오산의 단률(短律) 시의 운을 차운하다.

1255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술에 취해 꽃병의 국화를 읊다.

1254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술에 취하여 차오산에게 주다.

1253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왜승 종수(宗秀)가 지은 시의 운을 차운하다.

1252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차오산이 ‘해일생잔야 강춘입모년(海日生殘夜江春入暮年)’의 시구를 분운(分韻)한 것을 차운하다.

하얀 해는 어디에서 떠오르는가 / 白日出何許
부상 동쪽 바다에서 떠오르누나 / 出自扶桑海
중천 뜨자 온 우주가 환하게 밝아 / 中天宇宙明
만고토록 길이길이 절로 있구나 / 萬古長自在
바라노니 우리 임금 마음 되어서 / 願作君王心
나의 말을 혹시라도 채록해 주게 / 吾言倘可採

외론 신하 만릿길에 나그네 되어 / 孤臣客萬里
아침마다 떠오르는 해를 보누나 / 朝朝朝出日
맑은 광채 하토를 내리비추니 / 淸光臨下土
나의 단심 또한 역시 쏟을 수 있네 / 丹心亦可洩
바라노니 길이길이 하늘에 떠서 / 願言長在天
우연으로 가라앉아 지지를 말게 / 莫向虞淵沒

하늘 해가 온 천하를 두루 비추니 / 天陽煕四海
만물 모두 광채가 생겨나누나 / 萬物光輝生
비춰줌에 사사로움 절로 없어서 / 照臨自無私
사물 대해 사사로운 정이 없는데 / 於物非有情
뜬구름은 무슨 마음 품고 있기에 / 浮雲亦何意
때때로 저 하늘의 해 가리우는가 / 有時欺光精

내가 부상 나라에 사신 온 뒤로 / 我來扶桑中
어느새 세월 흘러 세모 되었네 / 荏苒流歲殘
믿는 바는 하얀 해가 가까이 있어 / 所賴白日近
서울 있는 거나 다름없는 거라네 / 無異在長安
재배하며 나의 마음 바치고서는 / 再拜貢寸誠
꿇어앉아 나의 의관 바로하누나 / 長跪整余冠

평생토록 시골집서 누워 지내니 / 平生臥蔀屋
천지 온통 오래도록 깜깜하였네 / 天地長入夜
내 밝은 하늘의 해 보고자 하여 / 我欲觀白日
가없이 너른 들판 노닐었다네 / 乃遊無極野
마음과 눈 둘 다 모두 밝아졌으니 / 心眼與俱明
누가 나를 답답스런 자라 말하리 / 誰謂昏昏者

이상의 다섯 절구는 해일(海日)을 읊은 것이다.

가는 세월 꿈결처럼 흘러 흘러서 / 流年夢中盡
봄의 뜻은 차가운 강에 동하네 / 春意動寒江
강 고기는 얼음 뚫고 튀어오르고 / 江魚自負氷
물결 소리 돌 틈에서 생기는구나 / 波聲生石矼
나그네는 아직도 못 돌아갔는데 / 海客尙未歸
누가 대붕 두 날개를 빌려주려나 / 誰借雲翼雙

삼월달에 서울을 떠나온 탓에 / 三月發神京
삼신산의 봄을 미처 못 보았었네 / 未及仙山春
그 누가 알았으랴 나그네 길에 / 誰知羈旅中
계절 변해 다시 또 봄이 될 줄을 / 時節次魚鱗
어젯밤에 봄의 신이 영을 내림에 / 昨夜東皇令
봄이 이미 함지가에 도착하였네 / 已到咸池濱

양곡과 엄자산 이곳 두 곳은 / 暘谷與崦嵫
하얀 해가 떠오르고 지는 곳이네 / 白日自出入
희화는 무슨 일이 그리도 바빠 / 羲馭有底忙
몰아가는 뜻이 항상 급급도 한가 / 行意常汲汲
과보 역시 목이 말라 죽었거니와 / 夸父亦死渴
나의 걸음 무슨 수로 쫓아가리오 / 我行追何及

봄소식이 매화가지 끝에 왔는데 / 春信到梅梢
시름 속에 봄날 쉽게 저무는구나 / 預愁春易暮
죽 늘어선 버드나무 잎 무성한데 / 楊柳行依依
나랏일은 소홀하게 할 수가 없네 / 王事尙未盬
나의 배는 이미 떠날 차비 했는데 / 我舟旣已具
천오에게 누가 춤을 추게 하는가 / 誰使天吳舞

북 오가듯 세월은 빨리 흘러서 / 日月疾如梭
외론 배 타고 온 지 한 해 지났네 / 孤舟過一年
적간관서 또 바람에 막히었으니 / 赤關又阻風
어느 날에 돌아가는 배 띄우려나 / 何日動歸旃
봄바람이 흰머리에 불어서 오니 / 春風吹白髮
삼신산의 신선에게 남사스럽네 / 可愧三山仙

이상 다섯 절구는 강춘(江春)을 읊은 것이다.

[주-D001] 우연(虞淵) : 전설 속의 해가 져서 들어가는 곳이다.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해가 우연에 도달하는 것을 일러 황혼이라고 한다.” 하였다.[주-D002] 함지(咸池) : 전설 속에 나오는 해가 목욕하는 곳으로, 《회남자》 천문훈에, “해가 양곡(暘谷)에서 나와 함지(咸池)에서 목욕한다.” 하였다.[주-D003] 양곡(暘谷)과 엄자산(崦嵫山) : 양곡은 전설에 나오는 해가 뜨는 곳이고, 엄자산은 감숙성(甘肅省)에 있는 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이곳으로 해가 져서 들어간다고 한다.[주-D004] 희화(羲和) : 고대 신화 속에 나오는 해를 모는 신이다.[주-D005] 과보(夸父) …… 죽었거니와 : 과보는 신화 속에 나오는 사람이다. 과보가 제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못하고 햇빛을 쫓아가고자 하여 우곡(嵎谷)까지 쫓아갔는데, 목이 마르자 하수(河水)와 위수(渭水)의 물을 마셨으나 물이 부족하였다. 이에 다시 대택(大澤)의 물을 마시려고 하였는데,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중도에서 목이 말라 죽었다. 《列子湯問》[주-D006] 천오(天吳) : 수신(水神)의 이름이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동경(海外東經)에, “조양(朝陽)의 골짜기에 천오라는 신이 있는데, 바로 수백(水伯)이다.” 하였다.

1251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최광순(崔光順)에게 주다.

내가 처음 서울에 도착했을 때 / 我初到京洛
그때 너는 이를 처음 갈 때였었네 / 見汝齒始齠
너의 입엔 젖비린내 아직 났었고 / 汝口有乳臭
이마에는 머리카락 늘어졌었네 / 汝額有垂髫
연 날리다 병아리 뒤 쫓아다니며 / 飛鳶與弄雛
밤낮없이 미친 듯이 쏘다니었네 / 狂奔迷夜朝
흘러간 세월 지금 얼마이런가 / 日月今幾何
꿈결처럼 광음이 흘러갔구나 / 夢裡光陰銷
너의 몸은 이미 자라 장대해져서 / 汝身已長大
팔척 장신 웅대하고 날랜 몸 되어 / 八尺雄且驍
어깨에는 오호궁을 둘러매었고 / 臂掛烏號弓
허리춤엔 석 자 되는 장검을 찼네 / 腰橫三尺刀
헌걸차서 아름다운 장부인 데다 / 頎然美丈夫
뜻과 기운 어쩜 그리 빼어났는가 / 志氣何超超
어리던 너 지금 이와 같이 됐으니 / 小兒今如此
나의 이 흔들림이 뭐 괴이하랴 / 何怪我齒搖
나는 쇠해 늙은이나 다름없어서 / 我衰如老婆
귀밑머리 새하얗게 서리 내렸네 / 兩鬢霜蕭蕭
너는 능히 늙은 나를 아니 버리고 / 汝能不舍我
부르기도 전에 나를 따라다녔네 / 相隨不待招
황해도선 말고삐를 잡고 다니며 / 西海執羈靮
떠도는 길 먼 것을 아니 꺼렸고 / 不憚道路遙
호남에선 한 깃발을 쫓아다니며 / 湖南逐一麾
삼년이나 무더위에 고생하였네 / 三載炎洲歊
지난해에 내가 기전 순행할 적에 / 去歲我巡甸
말 타느라 넙적다리 살 빠졌는데 / 據鞍髀肉消
중간에서 잔에 비친 뱀 보고 놀라 / 中途感杯蛇
기력은 다 고갈되고 정신 쇠했네 / 氣竭而神焦
너는 그때 옷 입은 채로 자면서 / 汝時不解帶
며칠 밤을 고생하며 날 지켰던가 / 守我經幾宵
약 달이며 반드시 직접 맛봤고 / 藥餌必親嘗
음식 역시 반드시 직접 지었네 / 飮饌必手調
너 아니면 내가 어찌 살아났으랴 / 非爾我何全
나의 목숨 가을날의 낙엽이었네 / 命懸霜葉凋
오늘까지 나의 목숨 부지한 것은 / 扶持到今日
귀신이 날 도와서 그리 된 거리 / 鬼神應我饒
부상이라 멀고 멀어 몇만 리이며 / 扶桑幾萬里
뱃길은 또 어쩜 그리 아득히 먼가 / 木道何迢迢
늙은 내가 임금 명령 받들고 오매 / 老我杖王命
한 돛단배 바람 불어 일렁거리자 / 一帆風飄飄
사행 모두 수심에 차 얼굴 참담코 / 行人慘愁顔
장사조차 기운 꺾여 축 처졌는데 / 壯士氣不驕
너만 홀로 태연스레 담소하면서 / 獨汝談笑之
상앗대를 두드리며 노래 불렀네 / 擊楫歌且謠
대황 밖서 해 넘기며 보내는 사이 / 經年大荒外
나와 함께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 / 齊汨同浮漂
위로는 병든 나를 부축하였고 / 上以扶病我
아래로는 뭇 동료들 화합시켰네 / 下以和群僚
주선함에 양쪽 모두 마땅함 얻어 / 周旋兩得宜
너의 마음 경박하지 아니했으니 / 多汝心不佻
이런 마음 끝까지 잘 견지한다면 / 持此以終竟
너의 전도 어찌 쉽게 헤아리리오 / 前途豈易料
너의 몸은 비록 진흙 속에 있으나 / 汝身雖泥塗
너의 뜻은 하늘 나는 기러기구나 / 汝志雲鴻翹
남아는 그래야만 하는 것이니 / 男兒此可矣
그 나머지 다시 무얼 더 바라겠나 / 餘外復何徼

[주-D001] 오호궁(烏號弓) : 옛날의 명궁(名弓) 이름이다.[주-D002] 잔에 …… 놀라 : 병이 들었다는 뜻이다. 옛날에 두선(杜宣)이란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잔에 뱀이 있는 것을 보았으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자리여서 술을 그대로 마셨는데, 술을 마신 뒤에 복통이 일어나 다방면으로 치료하였으나 병이 낫지 않았다. 그 뒤에 벽에 걸려 있던 활 그림자가 술잔에 뱀 모양으로 비쳤다는 것을 알고는 병이 즉시 나았다. 《風俗通怪神》

1250

학봉일고 제2권 시(詩) ● 남제운(南霽雲) 아재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우리 아재 나와 같은 동향인으로 / 我叔我同鄕
제운이 이름이며 성은 남씨네 / 霽雲南其姓
젊었을 때 궁술 마술 익히어서는 / 少小學弓馬
검을 들고 내달리길 좋아하였네 / 拂劍喜馳騁
병조의 명부에다 이름 올리고 / 名隷飛騎籍
진을 치며 기정을 연습하였네 / 行陣習奇正
십년 동안 왕성 주위 호위를 하자 / 十年守周廬
삼군 모두 꿋꿋함에 감복하였네 / 三軍服强勁
백씨께서 호서 지방 다스릴 적에 / 伯氏佐湖幕
수행하며 그대 행실 가다듬었네 / 從行飭汝行
백씨께서 가상하게 여기어서는 / 伯氏嘉乃美
자주 그대 아름다움 말을 하였네 / 矻矻談汝令
유공께서 남해 지방 진무할 적에 / 柳公鎭南海
막부 안에 영재들이 아주 많았지 / 幕府英才盛
그대 실로 항오 사이 있으면서도 / 汝實備戎行
꿋꿋하게 그대 천성 잘 지키었네 / 硜硜守汝性
주공이 그 정성을 알아차리고 / 主公諒其誠
종시토록 병무 권한 내맡기어서 / 終始委戎柄
수십 명의 종사관들 가운데에서 / 列校數十人
돌보아줌 그대 겨룰 사람 없었네 / 眷遇無汝倂
방진에서 그대 명성 소문 듣고는 / 方鎭聞汝名
자리 비워 두고 서로 초청하였지 / 虛席爭招請
근래 들어 십년 남짓 지나는 동안 / 爾來一紀間
몇 차례나 군사 정책 도와주었나 / 幾度贊軍政
늙은 내가 바다 건너 부상 올 적에 / 老我涉扶桑
바닷길이 만리라서 아득히 머니 / 木道萬里夐
우리 아재 아니면 뉘 따라오리오 / 非叔孰願從
만사 모두 깨끗하게 정리하고는 / 萬事渾除摒
검을 들고 배 안으로 뛰어오르니 / 扙劍躍入舟
하늘 높고 바닷색은 깨끗하였네 / 天高海色淨
한 해 내내 드넓은 바다에 떠서 / 一年浮溟渤
환난 속에 서로 목숨 의지했는데 / 患難相爲命
복역함에 조금도 안 꺼리고 했고 / 僕役略無憚
일을 함엔 공경스런 맘으로 했네 / 將事必以敬
남아가 이런 경우 안 당해 보면 / 男兒不遭此
세운 마음 굳건한 줄 어찌 알리요 / 何知立心硬
그 옛날에 맘 뜨거운 장부 있어서 / 古有烈丈夫
만고토록 앞다투어 찬송하는데 / 萬古爭頌詠
아재 이름 우연히도 그와 똑같아 / 叔名偶同之
소문 듣곤 기운 절로 하늘 뻗치네 / 聞來氣自橫
아재는 그대 이름 돌아봤는가 / 叔能顧名否
나는 장순 절의에 남부끄럽네 / 我慙張巡節義炳
절의 역시 어찌 항상 일정하랴만 / 節義亦何常
자포자기 그게 바로 병통이라네 / 自棄是人病
경우 따라 욕스럽지 않게 한다면 / 隨遇如不辱
역사책에 그 이름이 밝게 빛나리 / 竹帛聲名可輝映
그대 이름 보고 내 맘 감동되어서 / 爾名感余心
내 스스로 헛소리해 날 비평하네 / 空言聊自評

[주-D001] 기정(奇正) : 병법(兵法)에서 쓰는 용어로, 마주 진을 쳐서 싸움을 하는 것을 정(正)이라고 하고, 매복하였다가 엄습하는 것을 기(奇)라고 한다.[주-D002] 유공(柳公) : 유성룡(柳成龍)을 가리킨다. 유성룡이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주-D003] 방진(方鎭) : 관찰사나 절도사(節度使)가 있는 진영(鎭營)을 가리킨다.[주-D004] 맘 뜨거운 장부 : 당 나라 때의 충신인 남제운(南霽雲)을 가리킨다. 남제운은 활을 잘 쏘았으며, 처음에는 주사(舟師)로 있다가 장순(張巡)의 부하 장수가 되었다. 안녹산(安祿山)이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평정하기 위하여 수양성(睢陽城)을 사수하던 중 성이 함락되었는데, 적이 투항하라고 위협하였다. 이때 장순이 남제운에게, “남팔(南八)아, 남아는 죽음이 있을 뿐으로, 의롭지 못하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 하자, 남제운은, “공께서 절 알아주었으니, 어찌 감히 죽지 않겠습니까.” 하고, 함께 순절(殉節)하였다. 《新唐書卷192 南霽雲列傳》[주-D005] 장순(張巡) : 당(唐) 나라 현종(玄宗) 때의 충신이다. 천보(天寶) 연간에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처음에 진원 영(眞源令)으로 있으면서 백성들을 인솔하고 당 나라의 시조인 현원 황제(玄元皇帝)의 묘(廟)에 나아가 통곡한 다음 기병(起兵)하여 반란군을 막았다. 그 뒤에는 강회(江淮)의 보장(保障)인 수양성을 몇 달 동안 사수하고 있었는데, 구원병이 오지 않아 양식은 다 떨어지고 힘은 다 소진되어 성이 함락되었다. 그러자 태수(太守)로 있던 허원(許遠)과 함께 사절(死節)하였다. 《舊唐書卷187下忠義列傳張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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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일고 제2권 시(詩) ● 바다에서 즉사(卽事)로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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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봉일고 제2권 시(詩) ● 영귀(靈龜)를 읊다. 영귀는 지남석(指南石)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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