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의 '설'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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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설 음식을 전문업체에 주문하기도 하고 콘도 등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내기도 하지만 종가들은 여전히 전통을 지키며 옛 풍속 그대로 설을 쇠고 있습니다.

명문 종가들의 '설'쇠기, 박희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종가중의 종가로 꼽히는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입니다.

음력 섣달 그믐이 되자 지지고 부치고, 차례에 쓸 음식 장만에 부녀자들은 쉴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을 보는 것은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남자들의 몫입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어물전.

[인터뷰:김종길, 학봉종가 차종손]

"서울에서는 잘 안쓰지만 안동에서는 상어는 반드시 제사 상에 들어가요"

장을 본 뒤 생선을 씻고 고기를 다듬는 일도 남자가 맡습니다.

특이한 것은 돼지고기를 제외한 모든 고기를 날것 그대로 올린다는 것입니다.

[인터뷰:김경선, 우리문화연구회 연구위원]

"군자혈식이라고 해서 군자는 날음식을 흠향한다고 그런 관습에서 날것으로 제수를 장만합니다."

밤 11시 반.

종손이 자손을 거느리고 사당에 가 조상께 절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설맞이 행사가 시작됩니다.

묵은 해의 마지막날에 올리는 '묵세배'는 학봉종가에서 4백년 이상 이어온 전통 의례입니다.



[인터뷰:김종길, 차종손]

"한해를 잘 넘기게 해서 고맙고 다가오는 한해도 잘 맞게 해달라는 뜻에서"

날이 밝자 문중 친지들이 하나 둘씩 종가로 모여듭니다.

1시간에 걸쳐 6벌의 제사상이 차려지고, 차례를 지낼 시간이 되자 사당 앞마당이 후손들로 가득찹니다.

차례가 끝나면 문중 사람들이 대청마루에 모여 종부에게 합동으로 세배를 올리는 도배례를 행합니다.

연장자도 예외없이 큰 절로 최대의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인터뷰:종친]

"종가를 잘 보존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화목하게 잘 이끌어다라는 뜻에서 인사드리는 것"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2년부터 5개 명문 종가를 직접 찾아 그들이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는 제례 의식을 영상으로 기록한 뒤 책으로 펴냈습니다.

[인터뷰:이재필,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을 위해...."

유교 제례는 수백년 간 이어져 내려온 우리 전통문화의 기본틀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현대인의 정체성 확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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