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열인(熱人) 앙상블
2002년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몇몇 학생들이 교내 벤치에 모였다. “아! 심심하다. 뭐 하고 놀지.” 누군가 말했다. “연주회나 열어 볼까.” 모임 6년째를 맞는 ‘열인(熱人:열정을 가진 사람들)앙상블’은 바로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에는 교회를 돌며 순회 공연을 했죠. 그러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북구`서구 문화회관을 빌려 공연을 열었고, 2006년 3월 계명대 대강당에선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모시고 정기연주회도 가졌습니다. 아마도 그때 이후 실력 있는 성악 모임으로 유명세를 탄 것 같아요.”

모임의 곡 선정과 음악지도를 맡고 있는 최용황(35)씨는 “모임 결성 이후 매월 한차례씩 꼭 공연을 했고 방송도 많이 탔다”며 “처음에는 10명 남짓한 모임이었지만 대학 졸업 회원들이 여전히 모임을 이어갔고, 대구경북권 대학의 성악 또는 기악`타악 전공자들이 하나 둘 가세해 실력이 더 쌓였다”고 했다. 또 1주일에 두 번씩은 무조건 모여 죽어라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더 늘 수밖에 없었고, 열인앙상블의 명성 또한 점점 높아졌다는 것.

처음 시작이 그러했듯 열인앙상블의 가장 큰 목표는 성악, 클래식의 대중화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다 보면 아직은 낯선 클래식이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그래서 회원들은 클래식을 대할 수 없는 복지 시설이나 오지를 1년에 2, 3번씩 찾아간다.

“지난해 여름이었어요. 우리 공연을 우연히 본 공주의 어느 교회에서 연주회를 요청했었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단원들 모두 기꺼이 공연을 받아들였고, 자비를 들여 버스까지 전세냈습니다.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어느 시골 교회였는데 연주회에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마을 분들이 “고맙다”며 삶아 준 옥수수와 고구마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하겠어요.”

최용황씨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악으로 편곡한 경북궁타령이나 CM송이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좀 더 경험을 쌓아 회원들만의 오페라 공연을 여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


◆열인앙상블 김상균 단장
열인앙상블 김상균(51) 단장은 대학에서 성악이나 기악`타악을 전공한 프로 회원들 가운데 유일한 아마추어 비전공자지만 성악과 클래식에 대한 열정만은 회원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다.
“직장에 다니다 어느날 갑자기 성악에 눈을 떴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성악을 배웠는데 클래식이 너무 좋아 전국의 음악회란 음악회는 모조리 다녔죠. 그러다 열인앙상블의 공연을 알게 됐고 첫 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자연스레 회원들과 어울리던 김 단장은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단장에 추대됐고 이후 모든 뒷바라지를 도맡고 있다. 개인연습실까지 마련, 성악을 공부하는 김 단장이 가장 즐겨쓰는 말은 “성악 너! 늘 감동! 하하!” 연습실 입구 간판에 새겨넣기까지 한 이 문구는 성악이라는 게 그리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누구나 쉽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단장은 “열인앙상블의 열자만 들어도 눈물이 날 만큼 이 모임을 사랑한다”며 “좀 더 가까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작성일: 2008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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