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매일신문 2010.12.27자  [메디컬 프런티어]

김호각(金鎬珏)교수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고난도 ERCP 세계돌며 '열공'…시술  성공률 세계적 수준

 

프로필
성   명 : 金 鎬 珏(55세)
출생지 : 경북 예천군 감천면 포리 1116번지 (갈남)
본   관 : 의성(시조35세) , 문충공파  학봉 15세
학   력 : 감천초등, 대구침산초등졸 , 경북중 · 고 ,
             경북대학교 의과대학교 대학원졸
경   력 : 경북대학교의과대학 부속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대구보훈병원내과과장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同 의과대학 교수

 

 

 

 

 

ERCP의 대가로 꼽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호각 교수는 공부하기를게을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RCP(내시경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는 소화관 내시경 시술 중에 가장 까다롭고 협병증도 많은 어려운 시술에 속한다. 내시경으로 십이지장을 통해 담관 및 췌관 구멍을 찾아내 그 곳으로 카테터(장기에 집어넣는 관모양의 기구)를 넣은 뒤 △암 진단 △결석 제거 △협착부분(암이나 담석 때문에 막힌 부분)에 스텐트(막힌 관을 뚫어주는 일종의 금속 망)을 집어넣는 시술.

막힌 담관이나 췌관을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췌장은 자칫 잘못 건드리면 췌장염으로 진행하고, 두께가 2㎜ 정도에 불과한 십이지장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시술로, 미국에선 연간 150례 이상 시술을 한 의사 정도가 돼야 합병증이 적다고 조언할 정도다. 대구·경북에도 ERCP를 시술하는 의사가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도 연간 150례 이상 시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호각(53) 교수는 ERCP를 연간 700례 이상 해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ERCP의 대가

김 교수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1995년부터 일년간 미국 하버드의대 베스이스라엘병원 소화기내과 연수를 꼽는다. 이 때 ERCP를 배웠기 때문. 자기 돈을 들여 연수를 갔기 때문에 논문에 대한 부담도 없었고, 의술뿐 아니라 의사들과의 폭 넓은 교류를 통해 친분도 쌓을 수 있었다. "처음 대학병원에 와서 ERCP를 할 때만 해도 부담이 컸습니다. 시술 합병증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서울 아산병원을 비롯해 홍콩, 캐나다 터론토, 미국 보스턴 등에 있는 대가들을 찾아가 의견을 듣고 어깨너머로 배웠죠."

연수 후 첫해와 이듬해 그가 시술한 ERCP는 90례 정도에 불과했다. 시술 성공률도 50%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남들보다 한 시간 덜 자고, 한 시간 더 노력하자'는 좌우명으로 노하우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실 시술 노하우가 간단해 보이지만 아무나 가르쳐주지도 않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지 않으면 바로 옆에서 지켜봐도 모릅니다." 미국 연수시절 쌓아둔 친분 덕을 톡톡히 봤다. 5년 전부터 ERCP 시술은 1천여 건에 이르렀다. 성공률은 95% 이상.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올라섰다. 전국에서 담췌장 관련 환자들이 그를 찾아온다. 부산, 울산, 마산 등지에서 특히 췌장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시술하는 ERCP 중 90% 이상은 결석제거 및 스텐트 삽입술 등 치료적 시술이다. 연간 1천례에 이르는 시술 건수는 서울지역 2, 3개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 의사 한 명당 시술로는 전국 최고로 꼽힌다.

◆췌장암 치료에도 관심 많아

ERCP는 심장혈관 질환처럼 응급으로 처치해야할 경우가 많다. 암 덩어리나 결석 등으로 담관이나 췌관이 막힌 경우 담관염 및 췌장염으로 진행하고, 이를 방치하면 건강한 젊은 사람도 하루 이틀 만에 패혈증이나 중증췌장염으로 쇼크에 빠져 목숨을 잃기 쉽다. 때문에 ERCP 환자 중 상당수는 응급실로 실려온다. 지금도 김 교수는 매주 두세 차례 한밤 중에 응급실 호출을 받는다.

"담석 또는 담관염 때문에 담즙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먼저 환자는 체했다고 생각하죠. 소화불량이라며 1~3일가량 방치합니다. 그러다가 열이 나고 오한이 드는 몸살 증세를 보입니다. 급기야 황달이 오는데, 대개 소변이 붉게 나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찾아와야 합니다." 그는 특히 황달 증세를 유의하라고 했다. 그만큼 응급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췌장암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췌장암은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하며, 진단 이후 예측 생존기간이 일년도 채 안되는 악성 종양이다. 수술이나 항암요법을 포함해도 5년 생존률은 5~10%에 불과하다. "대부분 췌장암 진단을 받고나면 지레 포기하거나 민간요법에 매달립니다. 하지만 최근 나온 젬시타빈 같은 항암치료를 하면 통증이나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아지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환자가 행복하게 지냅니다." 별다른 부작용도 없기 때문에 그는 포기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완치는 힘듭니다. 하지만 최근 3, 4년간 120여 명에게 이런 요법을 썼는데, 대부분 6개월 이상 최장 2년8개월까지 생존했습니다. 다만 대부분 췌장질환이라면 무조건 겁을 내는데, 물혹으로 불리는 낭성종양은 예후가 좋기 때문에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의사는 공부하기에 게을러선 안돼

그는 매일 새벽 5시30분이면 일어난다. 아침에 신문을 보거나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7시 무렵이면 출근한다. 오전 진료를 마친 뒤 점심시간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결한다. "식당 가는 시간이 아까워요. 이메일이나 여러 업무를 처리하려면 점심시간이 가장 적당하죠." 하루에 많게는 9건씩 ERCP를 한다. 시술 중에 납 옷을 입고, 보호안경을 써도 불가피하게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 시간도 아쉬운 그에게 거창한 스포츠는 그림의 떡이다. 건강 삼아 조깅을 시작했고, 이후 마라톤 마니아가 됐다. 2001년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했고, 이후 5차례 완주 경력도 있다.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7, 8㎞씩 혼자 달린다. "휴대폰, 시계도 없이 신천변을 달립니다. 혼자 달리는 그 한두 시간은 일에서 해방돼 생각을 정리하는 유일한 시간이죠."

그는 환자 권익 보호에도 앞장선다. 2007년 지역 최초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연구윤리심사위원회(IRB) 개설을 주도했고, 이후 세계적 기구들로부터 인증도 받았다. 췌장 및 담도 질환을 연구하는 청장년 그룹 의사들 중 한국, 일본, 중국 대표 의사 10여 명과 함께 '아시아내시경의사포럼'도 만들었고, 국산 스텐트를 활용하는 임상시험도 주도하고 있다.

내시경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를 비롯해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영문 교과서를 포함해 의학서적 5권 집필에도 참여한 김 교수. 의사는 공부하기를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몇해 전 65세 할머니에게 황달이 생겼는데, 췌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했고, 두 차례 항암치료를 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오지 않았어요. 돌아가셨으리라 생각했는데 일 년쯤 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다시 진단해보니 '자가면역성 췌장염'이었어요. 최근 밝혀진 양성질환이죠. 스테로이드 치료로 지금도 건강하게 지냅니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고 말하는 김 교수에게 지면을 통해 꼭 남기고픈 말을 부탁했다. "적어도 소화기 내시경 분야는 대구가 서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무조건 서울로 가지 마세요."

글·사진=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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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2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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