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웬 뜬금 없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은 이 화두를 풀어가기 위해서입니다.
"7순잔치 않는 자, 모두 유죄!" 라고...

시인이자 드라마작가인 노희경 여류가 작년 말에 펴낸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가 대히트 쳤다는데
이걸 요즘 유행인 패러딘가 뭔가로 나도 한번 해보는 겁니다.

60세 환력을 맞아 거하게 잔치를 여는건 예전엔 흔히 보아왔지만
언제부턴가 회갑잔치에 오십사 하는 건 핀잔이나 맞을 일처럼 된듯합니다.
수명이 대폭 늘어나다보니 연세 겨우 60은 자타 공히 아직 늙은이로 여기지도 않는데
이 나이 바쁜 사람들 불러모아 인생마감하듯 수선떠는 모양이 時俗에도 영 맞지 않게 된거지요.

그 대신 7순잔치는 더러 치루는데 이것도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人生七十古來稀라는 예전 잣대로 보면 경사고 축복이지만 요즘은 어디 그렇습니까.
그나마 자식들의 성화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니면 스리살짝 해외여행이나 다녀오는 예가 적지 않더군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헌데 지난 일요일 씨야 김창현 형의 7순잔치에 가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7순잔치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어진 겁니다.

무릇 7순잔치의 의미는 여러가지 꼽을 수 있을테지요.
일가친척 친지와 친구들 한데 모여 좋은 시간 갖는다는 그 자체로 뜻깊고
자신의 70 인생 역정을 되돌아 정리하고 재평가해 보는 자기확인의 시간도 되지요.
지난날 주위 여러분이 베풀어준 사랑과 도움에 감사 드리는 절호의 자리도 되지 않겠습니까.
때로는 은근슬쩍 집안자랑 자식자랑 해 보는 적당한 계제도 아니랄 수 없겠구요.
다시없는 이런 기회를 스스로 내 팽개친다는 건 죄를 짓는거다...이 말씀입니다.

이런 점들은 내 나름으로 그럴듯하게 의미부여를 해 보는 거지만, 
사실은 7순잔치라는 물리적 덕목과 효과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겁니다.
잘 차린 음식과 좋은 술, 다정한 친구들, 덕담과 웃음과 노래...
이런 푸근하고 넉넉한 자리를 더 많이 더 자주 갖고 싶다는 아주 소박하고도 현실적인 바람이지요.

김창현의 7순잔치 이 날이 그랬습니다.
예정된 순서 주인공의 서두 말씀, 가족 소개, 미국에 있는 의사 아들 내외와 미혼인 딸 커리어우먼
그리고 재롱동이 손녀가 총출연한 훈훈한 영상 인사...등을 잘 본 다음 
씨야의 막내 妹氏 김창희 詩人이 들려준 달콤한 피아노 음악이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씨야의 어부인 柳 詩人의 자작시 낭송을 기대했었는데 아닌 건 자못 서운했지만...

구인회원 중심으로 30명 가까이 참석한 9회 남녀 친구들이 차지한 네 테이블 위에는
30년짜리 몰트 위스키, 중국 명가 빼주, 천년약속이란 이름의 처음보는 상황버섯 발효주, 매취순...
구경하기도 힘든 30년 발렌타인을 비롯한 명주에 주당들 환호소리...여기저기 이어지는 건배!소리...

9회의 대표카수 민병훈이 자진하여 먼저 뽑아준 베사메무초가 단숨에 좌중의 얼을 빼는가 싶더니 
주인공 씨야를 기리는 뜻의 맹주선 My Way 열창이 일시에 여자분들의 환호를 불러 일으킵디다.
맹주선의 노래는 그 글솜씨 사진솜씨에 못지않은 장기인데 씨야는 아마 처음 들어보는지
아메리카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열창이라고 구인회카페 메모글에 꺼뻑 죽는 시늉...
주인공 씨야도 한 곡조 불렀다는데 하필 그 순간에 화장실행이라 놓쳐버려 유감천만.
하긴 이 날도 자청 찍사 노릇하느라 먹을것 마실것 제대로 못챙긴 이 내 고달픈 신세라니...!

아직도 밖엔 주룩주룩 여름비가 그치지 않는데, 이 흥겨운 기분 접고 그냥 일어서기 싫었는데
낮시간엔 문 닫아놓는다는 호텔 노래방을 김정일의 부군 최규식 고문이 특별히 열어주었다며
씨야의 사촌 직현이의 안내로 2층 Mirage, 일본사람들이 많이 애용한다는 잘 꾸민 노래방에 다시 집합.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 모두 8명의 로맨티스트 뜨거운 피.
장장 두 시간 반의 열광 다음에 씨야의 안내로 명동 함흥냉면집, 이어서 다시 호텔 1층의 커피샵.

에스프레소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앞에 한 이날의 마무리 자리에서 나는 다시 외쳤지요.
"7순잔치 않는 자, 모두 유죄!!" 라고...

그렇지요!! 가능하다면 7순잔치는 이런 식으로 치룹시다. 
앞으로 7순을 맞는 분은 물론, 이미 지난 분들은 다음 생일잔치를 이렇게 해도 좋을테지요.
나날이 늙어가는 친구들, 내려치는 장대비 아랑곳 없이 발걸음 할 수 있는 기력 남아 있는 시간
이렇게 좋은 자리에 모두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그리 많지 않지요.
씨야의 경우는 미국에 사는 자식들이 2년 전부터 준비하고 재촉하고 돈까지 모두 댄 잔치라지만
9회 쓰죽회(있는것 보란듯이 쓰고 죽자會) 회원들은 맘 먹으면 못할것 없을테지요.
쓰죽會 가입은 어떻게 하느냐구요? 쓰고 죽을 것 가진 분은 모두 당연직 회원입니다. 

친구 사랑, 가족 사랑, 이웃 사랑...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그리하야 "7순잔치 않는 자, 모두 유죄!!" 입니다. !!!!!

 
2009. 7.14

이 태 식 


♬~~ MY Way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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