兒名 氏也攷

김창현

씨야는 제 兒名입니다. 엄마가 열을 낳아 넷을 건지셨는데 제가 셋째 아들이었지만
위로 형둘이 영아때 전부 죽으니까 제가 저의 집 주손이 되었습니다.
우리집 씨한다고 씨야 입니다. 씨야란 낱말은 제성격 형성의 code가 되었습니다.
저의 조부께서 안동유림을 대표하시던 당대의 한학자 이셨기에 씨야가 영남 어느
큰대문 달린집에 가서 문을 두드려도 주인장이 반갑게 맞을거란 환상속에 자랐습니다.
부고9회 동기인 제사촌 직현이는 지금도 불평을 합니다. 저보다 여섯달 먼저 났는데도
평생을 제뒤에 서서 살아야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겸상은 제 고유의 권한이고... 제 잠자리도 할아버지 옆이고
깜깜한 새벽 일어나 찬물에 얼굴을 씻고 할아버지 뒤를 따르며 뭔뜻인지도 모를
한문 외우시는 소리를 따라 복창해야 하는게 씨야의 유년시절 기억입니다.

그저 책이나 읽으며 살고 있었는데 상빈형이 부고9회 홈페이지 운영에 땀을 흘리는
이태식형을 도와주라고 성화였습니다. 그래 작년 4월부터 잡문을 동기 홈페이지에
굵적였는데 이번에는 호가 왜 없느냐고 핀잔 이었습니다.
미주땅 근30년을 떠돌던 저같은 낙백이 무슨 호가 있을수가 있었나요.
그래서 생각해 낸게 어른들이 부르시던 씨야란 제 아명입니다.
한시를 3천여수 남기시고 많은 현판, 비문을 경북북부에 남기신 

저의 아버님도  큰대문 달린 울안 할매들에겐 씨야애비 일뿐 입니다.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 할까요.

제가 河回로 장가를 가 처음 처가댁을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4백년 묵은 저의 처가 主一齋사랑에 일가 어른들이 다 모였습니다.

제가 인사를 드리자 수염이 허연 한 노인이 닦아 오시더니

네가 아무게의 손자냐 시며 머리부터 얼굴을 다 쓰다 듬으셨습니다.

그리고 제 큰처남에게 문갑 위의 책한권을 달라고 하시더니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여름날 논두렁 위에 난 꾸불 꾸불, 하필이면 草書였습니다.

아 그 낭패, 저뿐만 아니고 그노인 어른의 낭패. 지금도 기억에 생생 합니다.

그 노인이 삼성회장 이수빈 동문의 외조부 안동영감 이셨습니다.

일제초기 안동군수를 지내신 분이시고 제조부의 막역한 친구였습니다.

이수빈동문의 5대조와 저의 5대조도 같이 과거의 同榜.

제일 친한 친구였고 世誼가 있습니다. 

그래도 씨야란 말이 뭔소리인지 잘 납득이 안가시면 '마패' 같은
전시대의 유물이고, 제사를 모셔야 하는 儒家의 문화 코드로 기억 하십시요.

 

씨(氏)자는 字學의 세계적 대가 동경대 시라카와 시즈카(白川 靜1910-2006)

교수의 해석을 빌리면 <찌르고 자르는 도구>를 나타낸답니다.

제사때 이도구로 희생물을 갈라서 의례에 사용했는데

이때 희생물의 피를 마시고 맹서하는 혈맹의식이 생겨 났답니다.

세월이 흐르자 氏는 혈연관계를 상징하는 기호로 등장했습니다.  

안양 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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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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