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김창현




메 디 슨



메디슨이란 내 아들 내외가 기르는 암고양이 이름이다.
우리집 하고 인연을 맺은거는 며느리 혼수로 따라 온 녀석이다. 뭐 대단한 혼수는 아니고 처녀때
SPCA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에서 입양해다가 키우는, 이제는 늙어버린 고양이다. 알고보면 이 고양이 삶도 굉장히 기구한 편인데 우리 김문에 들어와 산지가 며느리 하고 같으니까 벌써 6년 세월. 이 비싼 고양이를 누가 키우다가 이사 가면서 데려갈 형편이 안되니 쪽지와 함께 SPCA의 정문 앞에 버리고 갔단다. 비록 입양된 몸이지만 성품이 엄청 귀골 스럽고 깔끔해서 년에 한번꼴로 들리는 나와도 이젠 정이 들었다.

나는 나이도 나이지만 시차도 있고 일찍 잠자리 들면 서너시간 자면 눈이 말똥말똥해져 리빙룸으로
나오는데, 그 캄캄한 밤중에 그래도 변함없이 반겨주는건 이 메디슨 하나다. 슬며시 내곁에 다가와 앞다리를 쭉 뻗고 엉덩이를 뒤로 한껏 내밀면 그게 내게 하는 꼭두새벽의 첫인사.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발랑 뒤로 뒤집어 눕는다. 그게 이녀석이 내게 보여주는 최상의 호의다. 그러고는 금새 일어나 몸을 한번 꼭 턴다.

처음부터 우리사이가 이런건 아니었다. 내가 한번 쓰다듬어 줄려고 해도 어림 없었다. 그게 한 2년 끌었나. 그래도 새벽마다 내가 밥을 주고 공을 들인지. 그러나 결정적으로 가까워 진거는 이녀석이 브리핑할 때 쓰는 빨강 점이 나오는 Laser pointer를 흔들면 환장하게 좋아 한다는걸 알고 부터다. 빨강점이 카펫바닥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 그걸 잡으러 정신없이 뛴다. 이 포인터값이 미국서는 고가라 중국을 드나드는 동서가 가진 중국산을 얻어다가 미국 올 때 가져왔다 .

이 메디슨이 팔자가 기구해 몹쓸 수의사에 의해 정신대도 아닌데도 암컷으로 생식기도 제거되고 버려저서 우리 김문에 몸을 의탁하고 살지만, 원래는 알고보면 나같은 의성 김가는 저 눈아래 내려다 보는 양반이다.

본관이 1081년 성 브르노가 창설했다는 프랑스 알프스 산록 그레노블 부근 도핀에 있는 해발 1300m의 그랑드 샤르뜨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이다. 원래 모든 고양이는 사람처럼 아프리카에서 왔다지만 십자군 원정때 시리아 산록에서 구해와 이 유명한 수도원에서 수도승과 함께 산 세월이 어언 8백여년. 그래서 관향이 샤르뜨뢰(Chartreux)이다. 걷보기에 털 표면색깔이 그레이 색이지만 털속 빛깔은 아주 묘한 푸른빛이 난다. 눈도 눈꼬리 부분이 하늘로 약간 치우치고 목소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 품종은 벙어리라서 한번 우는 법도 없고 미소가 백만불 짜리라고 정평이 나있는 고양이 중에는 아주 도도한 한양 양반격이다.

아들집 메디슨은 근본을 모르는 부모잃은 고아 처지기에 상놈 다된 몸이다. 원래는 이 샤르뜨뢰즈 고양이는 이름의 항렬자도 있다. 예를 들면 2002년에 태어 났으면 이름이 꼭 T로 시작해야 한다. 예전 프랑스에 공후백자남의 귀족호칭이 있었듯, 샤르뜨뢰즈 고양이 사회에서는 CFA Champion이 된 새끼를 5마리 이상 낳은 어미의 후손이면 이름 앞에 DM(Distinguished Merit Parentage)이란 호칭을 꼭 달고 GC (Grand Champion), NW (National Winning) 등 여러 작위(?)를 이름 앞에 꼭 붙인다.

그러니까 내 친구 메디슨은 그저 메옹처럼 참 천한 이름을 갖고 사는 셈이다.
뉘집 후손인지 알길이 없고 태어난 해도 모르기에 항렬자 앞 알파벧을 무슨자를 써야 할지 망망하다.
의성 김가는 기껏해야 일본 정도에나 화수회가 있지만 샤르뜨뢰즈네는 본고장 프랑스 (Club de chat des Chartreux)는 물론 이태리 (Club del gatto certosino)등 세계 곳곳에 화수회가 없는 곳이 없다.

나나 메디슨네 본가나 역마살이 끼어 미주대륙에 흘러들어온 연배는 서로 엇 비슷하다. 내가 먹고 살려고 큰애 기저귀가방 두개, 노스웨스트 할부 비행기표 들고 하와이 호놀룰루 고항에 첫발을 디딘게 Oct. 1973이고, 샤르뜨뢰즈네 미국 화수회 공식발표로는 그들의 선조가 이 기회의 나라에 첫발을 디딘건 나보다 2년 앞선 1971년 정월 샌디아고 북쪽 부촌, 박우선 동문이 사는 La Jolla의 Helen & Jhon Gammon씨 댁이란다.

원래 이 고양이의 본관인 그랑 샤르뜨뢰즈란 수도원은 문경의 봉암사나 그리스 아토스산에 남은 희랍정교의 수행처처럼 가톨릭 내에서도 아주 독특하고 제일 엄격한 수도원이다. 14세기 흑사병이 만연하던 그 혹독했던 시기 거의 모든 수도원이 회칙을 완화했지만, 이 카르투시안 수도원은 글자 한자 고치지않고 면면히 이어온다.
모든 전례는 라틴어를 쓰고 아직도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고 모든 시편을 암송 해야하는 엄격한 규율 아래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으며 하루 한끼 채식을 하는 봉쇄 수도승이 사는 곳이다. 모든 승려를 길거리로 내몰았던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도 보따리를 싸서 스페인 따라고나(Tarragona)로 피신을 했지, 시인 보들레르의 아버지처럼 파계하고 환속해버린 수도승도 없었다. 묵언을 하는 이런 수도승들과 몇백년을 함께 산 이 고양이 일문이 벙어리인 것은 범상치 않은 곡절이 있을것 같은데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 샤르뜨뢰즈 고양이를 사랑했던 사람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중에 유명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 프랑스 여류작가 꼴레뜨 (Gabrielle Sidonie Colette)와 드골 (Charles De Gaulle) 대통령을 들 수가 있다.한달전 파리를 방문했다가 뻬르 라쉐즈 묘지서 그녀의 유택을 본적이 있는데 여류답게 누구 묘 보담 깔끔 했다. (아래 사진을 보라. 주변 묘 보다 얼마나 깔끔 한가!)





한국 사람들은 꼴레뜨란 소설가를 모르는 사람이 참 많은데 자기가 쓴 뮤지컬 지지 (Gigi)에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발탁했던 여인하면 아 하고 반응하는 이들이 더러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작가가 꼴레뜨다. 물경 40년간 <뉴욕커>지  파리 특파원으로 전설의 글들을 남긴 재닛 플래너의 표현에 의하면 꼴레뜨는 몸이 자웅동체로 세 남편도 거느렸고 또 많은 여인들과 섹스상대를 했던 레스비언이다.
1930년 그랭그와르란 주간지에 첫 레스비언 소설 <순수와 불순>을 연재 하다가 대소동을 겪고 중단 하기도 했고 미시라는 후작부인의 뮤즈로 인생을 한껏 즐겼고 둘이 물랭루즈 무대서 무언극을 공연 하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되는 말썽도 일으켰지만 수백편의 주옥 같은 단편과 장편, 수필등을 남겨 레종도뇌르 훈장 까지 받은 여류다. 그의 소설에 샤르뜨뢰즈 고양이가 자주 등장 한다.

메디슨과 우리 김문도 억겁년 전 겨자씨 만한 인이 있어 서로 연을 맺고 벌써 수년을 같이 보냈지만 며느리 이야기로는 사람으로 치면 벌써 오육십줄은 들어 선것 같단다. 고양이 수명을 10-12년으로 보고 입양올 때 입양기관 진단이 한살은 먹은것 같았다니 벌써 일곱 살은 지났다. 그러고 보니 어제 새벽 카우치서 훌쩍 크리스마스 트리위로 몸을 날려 카펫 위에 장식전구를 떨어트리고 정신 없이 굴리는게 이제 까지 보여주지 않던 치폐다. 또 눈꼽이 주렁 주렁 달려도 요즘은 세수도 게을리 하는것 같고 눈안에 핏줄이 터져 반점이 점점 커가고 있다. 낮에는 그저 카우치 지 담요위에 몇시간이고 옹크리고 자는게 일과다. 지나 내나 살아 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짧은것 만은 틀림 없다. 이십 수년전 Orange county 내 사무실 옆 Garden Grove Blvd 와 Haster에 개안과가 있었는데 고양이 안과는 없는지 의문이 들어 아들에게 물었더니 그런거 못 봤단다.
아들 내외가 지난 여름 아일랜드로 여름휴가를 갈 때 cat boarding 신세를 졌는데 그때 아마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것 같단다.  돌봐준 이 말이 잘 먹지를 않았다니.

작년인가 둘째 처남 말이 “아들집에 가봐야 새 형은 이제 4번이요”라고 번호를 매겨 주었다. 아들내외가 볼 때 프라이오리티가 이 집서 내 손녀가 단연 1번이고 메디슨이 2번이고 3번은 아무래도 내 노처 몫이고 나는 4번이란다. 그게 한국식 등수 매기는 방법이란다. 가끔  내 며느리 차 앞좌석에  의젓이 앉아 목간도 가고 향수도 좀 치고 오는걸 보면 처남 말이 신빙성이 가고 입양녀 메디슨이 우리집 2번이라는게 틀림없는것 같다.

3번 4번은 일년 한두번 들리는 과객이니 상관 없는데 2번이 나이들어 치매가 와 1번을 핥키기만 않으면  메디슨이 우리 김문에서 고종명을 누린다는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제발 내일 아침에는 크리스마스 추리 위로 훌쩍 타고 앉는 치매 걸린것 같은 안하던 짓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름없는 한국시골 안동 향반인 우리로서는 아무리 미물이고 버려졌던 삶이었지만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소중했다고 메디슨에게 이야기해 주는 예의는 갖출터이다.

아마 죽고 일주기가 되면 애완동물 장의사에서 보낸 배달부가 장미 한송이와 카드 한장 들고와 진심어린 얼굴로 슬픔을 위로한다는 말 한마디를 문간에서 던지고 갈것이다. 비록 며느리가 외국애지만 몰락한 유가의 후예에게 시집온걸 어웨어 하고 있으니 삼년상은 나주지 않나 믿지만, 요즘 한국서도 보면  지애미도 묻고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풍조고 항차 미물이라 앞일 나도 모른다. 만일 메디슨 마저 우리 김문에서 삶을 다 한다면 우리 김문에 우리와 같이 생을 함께 하다가 저승으로 간 영물들의 묘가 세 개로 늘어 날것이다.
두 개는 내 엄마와 삶을 같이 했던 강아지 캐시 모자의 무덤이 대구 앞산에 있다.

나도 하루 두시간씩 안양천을 산책 하던게 무릎과 척추신경관 협착이 왔는지 허리 통증이 심해 요즘은 여기와서 삼십분만 걸으면 주저 앉는다. 내 친구 메디슨이나 나나 서로 늙어 가는 처지에 치매걱정 않고 병없이 살다가 소리없이 가야 할텐데 하는 마음 간절하다.


Jan 4, 2009
Villanova서

씨야  김 창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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