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관계다(Relationships matter).’ 5일 낮 미국 워싱턴 시내 컨벤션센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과 이스라엘 지도자가 포옹하거나 악수하는 사진 옆에 ‘Relationships matter’ 슬로건이 쓰인 초대형 포스터가 무수히 걸려 있다.

미국 내 유대인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정책수련회의 마지막 날 오전 일정을 마친 유대인들이 대기 중인 수십 대의 대형 버스에 나눠 탔다. 이들은 마지막 일정 중 하나인 ‘로비 데이’ 프로그램에 따라 인근 미 의사당으로 몰려가 출신 지역별로 의원실을 방문했다. 손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종식시키기’란 제목으로 ‘설득할 요점(Talking Points)’이라고 적힌 매뉴얼이 들려 있었다.

미국 내 600만 유대인에게 버락 오바마 정부의 출범은 조금은 불안한 도전이었다. 지난해 이 총회에 참석한 그가 “이스라엘의 안전은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다짐하긴 했지만 이란 등 불량국가 지도자와 대화하겠다는 그의 태도는 유대인들을 불안케 하는 요소였다.


 

3∼5일 열린 2009 AIPAC 총회는 그런 불안을 씻고 오바마 시대에도 변함없이 ‘미국을 움직이는 배후 실세’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치밀하게 준비된 행사였다.

우선 AIPAC의 새 중앙지도부에 친()오바마 인사가 대거 등용됐다. 2년 임기의 새 총재엔 지난해 총회 때 오바마 후보를 연단으로 안내해줬던 시카고 출신 기업가 리 로젠버그 씨가 선출됐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유대계 네트워크의 핵심이다. 이 밖에 민주당 실세와 가까운 인사가 대거 지도부 명단에 올랐다.

이번 행사에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상원외교위원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양당 거물을 비롯해 현역 상하원 의원 중 거의 반이 얼굴을 내밀었다. 람 이매뉴얼 대통령비서실장도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도 참석했다. 한덕수 주미대사를 비롯해 60여 개국 외교사절이 축하객으로 왔다는 주최 측 발표도 있었다.

5일 연설에 나선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같은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보에 관한 한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 강경파엔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했다. 특히 그는 AIPAC 지도부 멤버들을 가리키면서 “36년 전 처음 상원의원이 됐을 때 이들이 나에게 다가와 이스라엘에 대해 교육시키고 이스라엘로 초청해줬다”고 설명해 이스라엘의 ‘자기 사람 만들기’가 얼마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비()유대인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정회원 자격으로 비공개 워크숍 등에 참석한 김동석 뉴욕·뉴저지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미국과의 관계는 걱정이 없지만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지지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주요 주제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비단 유대계뿐 아니라 미국 내 소수민족에 오바마 정부의 출범은 새로운 환경의 개막이다. 이날 행사는 한인커뮤니티에도 시사할 점이 많았다. 한인사회의 일부 지도부 인사는 모든 촉각이 고국 정치로 쏠린다. 본국의 재외동포 참정권 허용 결정은 여기에 불을 붙였다. 최근 치러진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두고 뉴욕타임스가 “의전 자리에 불과한 선거에 3명의 후보가 1인당 2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쓰며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였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방법론 연구 차원에서 8년째 총회에 참석해온 김 소장은 “유대인 커뮤니티는 ‘납세자가 요구 못할 게 없다’는 구호 아래 미국사회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며 “오바마 시대는 소수계가 주류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한인사회는 참정권 허용으로 고국의 정치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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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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