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과객을 붙잡아 그랜저에 태우고 모하비 사막길 수백리를 달려 집을 보여주신 당신의 때묻지 않은 인정에 우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만 사천사백평의 거대한 성,  당신의 집 곳곳에 서있는 Manzanita 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내게 뽐내고 있었습니다.마치 계피나무 같기도 하고  곰의 양식이라는 이 월귤나무는 Mojave를 좀 안다는 내게도 처음 대하는 새얼굴 이었습니다.
    어찌 아름다운지 코를 박고 천년의 냄새를 맡을려고 애 썼습니다 만 제후각이 무디어 허사였습니다.
    아마 까마귀를 튀밥기계에 넣고 꽝 튀기면 당신의 하늘을 나는 그 검은 새 일겁니다. 애알스런 닭알을 그녀석에게 빼았기고 나보다 더 머리가 좋은 놈이라고 하늘을 향해 희죽 웃는 당신의 그콧수염에는 무공해의 천진난만이 묻어 있었습니다.
    벌써 십칠팔년 전인가, 나는 Adelanto 땅 장사를 하며 당신의 집앞을 무수히 지나다녔습니다. 항상 나는 거기를 지나면서 여기가 미국의 알프스라고 소개 했습니다. 년전 그앞을 달리다가 보니 <구름이 머무는 곳>이란 간판을 보았습니다. 기도원인지 아니면 밥집 간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당신의 집이 그게 어디 집입니까?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공방이고 고집일 뿐 이었습니다. 건물 마다 문을 열자 널널하게 깔려 있는 공구와 손때묻은 작품들.사진들. 사진작가 이시라며 당신은  남들처럼 홍콩가서 사온 하쎌브라이드를 내게 자랑 하는게 아니라 때묻은 허리춤에 꺼낸 카메라는 2.1 메가픽셀 짜리 고물이었습니다. 그런 고물은 실례지만 한국선 제 손전화에도 달려있는  전 시대의 유물 입니다.

     당신의 그넓은 뜰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선인장들을 보고 저는 무뜩 한 세월의 아품을 캔버스 살돈도 없어 종이쪽에다  그리다가 간 천재화가  아브 아심 사크라를 연상 했습니다. 그는 스물 몇해 짧은 생을 선인장만 그리다가 간 작가 입니다.
     당신의 보금자리 처럼 사크라가 산 팔레스타인도 사막의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사막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경작지를 선인장으로 꼭 둘러 싼답니다. 먼 훗날 후손들이 미국 여권을 들고 혹은 영국여권을 들고 옛 자취를 찿아 와도 삶의 자국은  흔적도 없지만 둘레를 쳤던 선인장 울타리는 묵묵히 꽃을 피우고 서 있어  이를 일컬어 <등대>라고 한답니다.
     사크라는 그 등대를 짧은 평생 고집스레 그리다가가 천재 입니다.
     당신에게는 선인장도 있지만 천년을 이고 묵묵히 서있는 manzanita가 한국여권을 들고 먼 훗날  당신의 궤적을 찿을 후손들에게 <등대>일것 입니다. 백불들고 이땅에 찿아와 그많은 부를 이룩해 놓고 표표히 생을 관조하고 있는 한 삼팔 따라지는 그래 기억되고 또 잊혀 지는게  산다는것의 본질이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신의 그 많은 차에 대해 한말씀 안드릴수 없군요. 왠 차를 그렇게 고루 고루 모으셨습니까. 조국을 도와야 한다며 그랜져도 한대 사놓고. kawasaki. hummer, SUV, Van,  땅을 갈고 고루 펴는 중장비들 까지..... 벤츠는 사막길에 빠져 전봇대 박고 폐차 했다니   참 기인 이심니다. 우리는 한대 사면 다 낡아야 가는데 당신은 그래 십여대를 늘어 놓고 눈뜨면 어느차를 타야 할지 고민이 되지 않습니까?

     차란 신발과 함께 우리시대를 읽는 코드 입니다.
     GM, Ford등등  소위 그 자본주의 총아는 몇년마다 모형을 바꾸어 돈없는 서민을 울리고 있는자만이 열심히 새모델을 사서 코가 꿰어 따라가게 했습니다.
     여기에 반기를 든게 복스웨건의 딱정벌레 입니다. 십년이 지나도 이십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현란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반기를 든겁니다. UC버클리를 중심으로한 히피들의 <반문화>는 그래 탄생 된거고.
     그 히피가 여피가 되고 또 SUV를 모는 제도권 속의 머리가 희끗희끗해가는  기성으로 변모 했습니다.  누가 그랬든가 SUV를 "바퀴로 달려가는 문달린 공동체" 라고.
     당신은 그 바퀴달린 장난감들을 몽땅 수집해 놓았습니다.
     당신에게 얻어 탄 그 카와사끼는 참 괴물 이었습니다. 그모래 산을 힘도 안드리고 올라붙는 찰거머리였습니다.
     언제가  당신이 사는 그골짜기에 흰눈이 펑펑 쏟아 지는날 애비 부시가 훗세인을 혼내려고 몰고 갔던 Hummer , 그 괴물을 한번 태워 주십시요.

      이번 여정, Jason Hong 통나무 별장의 이틀밤은 특이한  체험 이었습니다.
      제가 1978년에 부동산 라이센스를 따서 세번의 부동산 호경기를 지켜 보았는데 이번은 한국에 나가 있어 멀리서 풍문으로만  들었 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3일동안 샅샅히 Phelan 을 중심으로 Victor Valley 지역을 훑었습니다. 거기서 자면서 찿으니까 역시 돈될만 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역시 땅은 시간을 보태면 부를 안겨주는 보물이란걸 재확인 했습니다. 우리부부는 작년 여름에도 미서부 7개주를 돌았 습니다.
      이제 모든걸 버리고 떠나야할  나이에 또 미련이 보인다는것은 망령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넓은 사막에 코를 박으면 돈 냄새가 나는것은 틀림 없내요.

      그 경남여고 나왔다는 노처녀에게 핫도그가 아주 맛있었다고 전해 주십시요.
      다시 한번 과객에게 베풀어 주신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아마 당신의 집은 한국에서 빼어난 문장력을 자랑하는 김서령씨가 꼭 들려야할 곳 같아 보입니다. 김서령씨는 괴물(?)들의 집만 찿아 주옥 같은 책 한권을 낸 내가 부러워 하는 작가입니다. 내동생들과 아내의 시 발표 모임에 와서 자리를 빛내 준걸 감사하고 있는 내 일가 입니다.
       제 적바람에는 항상 무례가 썩여 듭니다. 그냥 그래 봐 넘기십시요.
       감사합니다.
       김  창  현,    Eugene C. Kim
        Aug 2 2008    Los Angeles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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